자연과 수학의 관계, 그리고 왜 수학은 우리에게 직관적이지 못할까?
1. 왜 수학은 인간에게 직관적이지 못할까?
수학공부를 하면서 방정식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금방 떠오르는 상태(수학적인 감각이 충만한)를 동경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그것은 그저 작은 영역에서나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인간은 수학이라는 논리 체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1과 -1을 곱하면 양수 +1이 되는 부분은 해당 연산 체계가 무모순적이 되기 위한 필수인데, 인간은 직관적으로는 이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외우거나 혹은 이렇게 해야만 모순이 없다는 사실을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음수와 양수를 대칭상에서, 한 직선상의 양측 관계로,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1과 -1을 곱하는 것이 음의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는 직관에 다가가게 된다. 당연하게 보자마자 양수가 떠오르게 될 수도 있겠다. 뜨거운 것을 만지면 그러기 싫어도 앗뜨거워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직관이란 상당히 편협한 시간과 공간, 경험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의 머리속은 떨어지는 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미시세계의 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에 우리가 미시세계에서 지속 살아왔더라면, 반대로 떨어지는 공을 자연스럽게 받는 것같은 일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세상은 거시세계라는 뉴튼 역학의 방정식으로나 존재하는 세상인 것이다. 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그래서 미시적인 세계는 양자역학 파동방정식에 의해서 아름답게 기술되고 정확히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방정식이 나타나는 세계를 머리속에 아주 명료하게 떠오르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 애초에 수학이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가 훨씬더 객관적이고 정밀하다. 후자는 살아남기에 급급한 생물이 갖추어야할 수많은 본성에 사로잡혀 있으므로(!) 이 아름답고 우하한 수학 방정식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겠다. 그리고 불행히도 자연은 이 수학을 쏙 빼닮았다. 그래서 사실은 마치 인간이 아주 편안하게 자연을 이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자연의 모든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직관적이지 않은 수많은 것들이 자연 어딘가 극단의 세계에 가득하다. 기나긴 수렵채집 기간을 지나오는 동안 생존에 목마른 인간이 전혀 관심갖을 만한 모습이 아니라면, 이런 극단들을 이해할 수 있는 틀 같은 것은 갖출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의식주 해결하기 바쁜데 보이지도 않는 블랙홀이나 분자수준의 일이 대체 무슨 상관이었겠는가.
그래서 수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거의 모든 인류가 마찬가지라고 볼 수가 있겠다. 오히려 훈련을 통해 상상력을 통해 그것을 극복해낸 선대 과학자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캄캄한 방에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것을 온갖 실험과 가설을 통해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것 아니겠는가. 그 과정이 얼마나 쉽지 않았겠는가. 리처드 파인만 교수가 이야기한대로 "자연은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상상력을 지녔다."
2. 무한에 대해 이해하기
무한은 자연에서는 관측하기 어렵지만, 수 체계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칙연산 중에 0으로 나눔으로써 순식간에 무한을 창조해낼 수 있다. 혹은 간단하게 모든 자연수의 집합을 가정함으로써 무한개의 원소를 가진 존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연에서는 도통 확인할 수 없는 전체로의 무한이, 수학에서는 이렇게 종종 나타난다.
인류가 이 무한을 이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는 것은 더이상 그 앞에서 더 진도를 못나간거나 함정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자연수의 집합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려면 전에는 쉽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무한을 그저 증가하는 상태라고만 여겼지, 전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의 값으로 다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벽에 마주했었다.
간단하게는 만약에 우주가 가진 시간이 무한히 끝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개인적으로는 그러지 않을 아무런 증거도 현대과학이 찾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우리가 무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 상황을 수학적으로 기술하기 어려웠을테고 이것을 통째로 다루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 무한의 시간에서 예측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연히 예측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하고 흥미로운 것이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밀폐되고 고정된 공간안에서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만났다고 치자. 곧 모든 분자들이 무질서도가 극대화된 상태로 달려가서 그 중간온도 어디에서 평형을 이룬다. 그런데 만약 무한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처음대로 돌아가는 상황이 생긴다. 그것도 무한번 생긴다.
물론 자연의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다고 인정받기 때문에 이 상황을 우주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무한의 무엇인가를 이제 제법 특정 값으로 상정하여 예측해볼 수 있다.
인간이 수학적인 체계내에서 직관을 넘어서 무언가를 이해하고 그리고 그것을 써먹을 수 있는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가 이렇게 무한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