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가설 논의를 위한 사전 정립 - 1
세상이 matrix인가에 대한 막연한 논의는 있지만, 그것을 심각하게 정립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깨어날 수 있는 문제인지, 깨어나면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상의 캐릭터는 깨어나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게 오히려 더 일반적이기도 하다.
1) 지금까지 자연에 대한 관측으로 아래에 대한 내용이 확인되었다.
a. 자연은 대칭과 보존의 법칙에 따라 과거와 현재 동일 법칙하에서 진행된다고 여겨진다.
b. 그 정밀도와 일관성은 아직 인간의 관측 범위내에서 이상하다고 의심받지 않고 있다.
c. 미시세계로 들어가면 이산성(discrete)이 확인되었다. 세상은 띄엄띄엄하며 bit로 처리된다.
2) 어떤 체계(우주)가 랜덤으로 창조된다면 어떤 모습이 일반적인가. 이를테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게임들의 세상을 보면 대표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다. 즉 1)의 세상에서 창조되는 새로운 시뮬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다
a. 특별히 그렇게 의도하지 않으면 대칭/보존은 매우 낮은 확률로 나타나는 특성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랜덤으로 전개되는 것이 물리적인 제약이 없었을 때의 랜덤한 세상이다. 즉 지금 우리가 자연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하려면 할일이 너무나 많다. 엔트로피나 임의성을 들먹이지 않아도 수많은 만들어질 게임 중에 현실과 같은 것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도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b.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 이것을 고민하는 주체가 바로 현실에서의 인간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지능을 갖기 위해서는 그 기본 법칙이 갖춰져야 한다. 즉 시뮬레이션의 랜덤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그 안에 그것을 평가하는 주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랜덤성의 범위가 자동으로 축소된다는 사실이다. 즉 사람이 생겨날 수 있을 정도의 시뮬레이션 체계가 존재해야만 그 안의 사람이 그 시뮬레이션의 특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c. 따라서 시뮬레이션의 임의성에 대한 고민은, 그것을 고민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날 수 있는 최소한의 시뮬레이션으로 좁혀진다. 이것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만약에 우주 밖에서 시뮬레이션이 랜덤으로 선택되어 탄생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가 시뮬레이션인지 고민하는 정보가 넘나드는 시뮬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수의 시뮬레이션에서만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3) 시뮬레이션 체계가 다수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a. 서로 영향이 없다고 믿어지고, 존재여부도 모호한 다른 시뮬레이션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가장 큰 논리는 unique함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리고 대칭과 보존이 만족되는 범위가 아직까지 어딘지에 대한 모호함이다.
b. 다만 시뮬레이션에 대해 고민하고 해석하는 주체가 한 개인이므로, 실제로는 어떤 단위로 시뮬레이션된다고 해도 말이 된다. 나 외에 다른 모든 존재는 서로 다른 독립성 속에서 움직이지 않아야 되는 이유가 없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특수함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애초에 가정하는 것이 더 보편성을 띌 수 있게 되고, 시뮬레이션을 바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1) 시뮬레이션은 아래와 같은 범주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a. 모든 정보가 하나의 법칙을 추종하는 단일 체계로 움직이는 형태
b. a같은 시뮬레이션들이 1개 이상 존재하여 각기 독립적인 체계로 움직이는 형태
c. b같은 형태이면서 a들끼리 어떠한 약하고 제한적인 의존관계를 지니는 형태
d. a/b/c가 각각 그 안에서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내는 종속관계를 나타내는 형태
2) 1)의 a)단위를 고려해볼때
a. 해당 시뮬레이션이 지금처럼 대칭/보존/이산성 등에 작동할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해당 시뮬레이터의 생성이 의도적이거나(대표적으로는 자신의 원래 세상과 유사하게-그대로 혹은 가감하여- 창조되거나) 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그렇다면 오히려 논의의 폭이 좁아지고, 그렇지 않다고 가정하고 여러가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립적이어 보인다.
b.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지적 존재가 나타나야만 이러한 시뮬레이션 가설을 검증할 수 있다는데 있다. 여러가지 임의성이나 확률에 대한 논의는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평가하는 존재가 선행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보정이 필요하다.
가만히 고민해보면, 이러한 논의들의 현실적인 설명은, 우리가 만약에 지능이 나타날 수 있는 시뮬레이터를 만들어서 구동했을때의 상황이다. 인류가 만들 수많은 시뮬레이터 중에 지능이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의 시뮬레이터가 언젠가는 탄생하게 될 것이고, 그 시뮬레이터 안에서 또 새로운 그 안에 지능이 있는 시뮬레이터가 탄생하는 과정이다. 영화 Inception같은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다.
지속 이 관계들을 정립해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