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2021. 12. 7. 00:10

 이 글은 기술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오랜 친구들과 만나면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이야기를 해주는데, 비록 코인 매수를 추천하지는 않더라도(변동성이 너무 심하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단지 쓸모없는 허상에 거품으로 치부하는 것은 1차원적인 판단이라는 말은 꼭 해준다.

 

 이 무용론은 예컨데 비트코인이 복사가 쉽고 단지 숫자뿐인 쓸모없는 허상이고, 어딘가 쓸데가 있는 금과는 다르다는 것이 가장 전형적이다. 전혀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관점은, 현대사회의 많은 여러가지 구성요소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다. 이 복잡한 현대 사회는 각 참여자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돌아가는 생태계를 이해하는게 중요하다. 즉 그 참여자들이 물려 돌아가는 것을 제각기 이해할때만 제대로 보인다.

 

첫번째, 무언가가 교환가치를 갖는 화폐로서의 신뢰를 갖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기적적으로 비트코인이 어떤 수 이상의 신뢰 그룹을 확보했다. 2010년대를 거치면서 탈중앙화를 부르짖는 일련의 그룹과 기술을 신봉하는 이들에 의해 그리 되었다. 이것은 지금봐도 신비롭다.

 

두번째, 이 비트코인은 완전히 투명하게 운영되며 유통량이 적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 보증된다.

 

세번째, 이제 신뢰를 확보한 이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금과 비교해보면, 온라인 화폐 관점에서는 피쳐폰을 쓰다가 스마트폰을 쓰는 느낌이다. 글로벌 송금이 보장되며 금보다 보관도 쉽고, 나눠서 사용하기도 좋다. 아이폰이 나오고 나서야 기존 스마트폰이 불편했던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비트코인은 이 금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금은 아주 작게 자를 수도 없고 보관을 하려면 경비가 필요하다. 송금같은 것은 없고 누구에게 보내려면 들고 가야한다. 그리고 언제나 순도를 의심해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이런 모든 단점이 없다. 물론 개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지만, 몇가지 툴을 사용하면 어느정도 금의 불편함에 비길바는 아니다.

 

네번째, 이 화폐에 대한 참여자가 늘고 연관 서비스는 계속 성장한다. 그 화폐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게 된다. 화폐 수요가 증가한다

 

 이 틀에서는 갑자기 암호화폐가 기존에 존재하던 법정화폐들과도 경쟁을 시작하게 된다. 의외로 사람들은 가치를 저장하기 위해서 혹은 직접 쓰지는 않지만 뭔가 필요에 의해서 화폐를 교환하고 쌓아둔다. 그것을 법정화폐로 할지 아니면 암호화폐로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후자를 택하는 사람들을 위주로 지속적으로 생태계가 작동하게 된다. 물론 현재는 투기냐 아니냐 논쟁이 거센 가상자산 거래소를 위주로 유통되지만, 이제 2세대 3세대 블록체인 기술들이 송금/결재 이상의 것을 지원하게 되고 더 다양한 생태계를 끌어안게 된다.

 

 따라서 암호화폐의 가치는 참여자 유입이나 관련 생태계의 성장 관점에서 볼 일이다. 규제가 그것을 억누르기도 하지만, 그 생태계의 성장이 다시 규제를 비껴가고, 사람들은 편리하고 효율적인 것을 한번 쓰면 다시는 돌아갈 생각이 없어진다. 이것이 수많은 규제의 위협 속에서도 암호화폐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세상에는 정부가 싫어하지만 사람들의 수요로 여전히 존재하는 시장이 없지 않다. 사람들은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더 좋은 서비스면 어떻게든 찾아내서 소비하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서 비트코인이 단지 숫자에 불과해서 무용하다는 의견은 역시 금도 단지 의미없는 금속조각이 아니냐는 비판과 별로 다를바 없다. 그 유명한 짐바브웨 달러를 생각해보면 법정화폐도 휴지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화폐가 법정통화이냐 혹은 손으로 만질 수 있거나 장신구로 쓰이는 금이냐 같은 것은 상황따라 평가받게 되고 역사 속에서 굳어진 것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둘러싼 생태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그것이 기존 것에 비해 얼마나 더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잘 사용되는가 이다.

 

 과거에 기대에 이 생태계를 보지 못하면 그저 새로운 세상이 계속 낯설 뿐이다. 암호화폐가 사라지고 다시 예전 통화로 돌아갈까? 아니다, 이제 화폐는 암호화폐보다 더 나은 디지탈 화폐로 대체될 수 있을 뿐이다. 다시 옛날의 구태의연한 화폐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느 시장도 스마트폰을 버리고 피쳐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정부가 규제해도 어떻게든 구해서 쓰게 되지 않겠는가. 그런 세상에 우리는 놓여있는 셈이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이 생태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변화를 바라보고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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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동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