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이론2020. 1. 1. 23:43

여기서는 2015년에 출간된 책 정보의 진화(세자르 히달고, 2018년에 박병철 역/국내 출간)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한번 잠깐 논의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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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진화

세자르 히달고의 『정보의 진화』가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MIT 미디어예술및과학학부에서 강의하며 MIT 미디어랩의 매크로 커넥션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저자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에 관해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며 연구해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히달고는 이 책에서 자연과 사회에서 정보의 성장을 돕는 메커니즘을 추적해 물리적 질서와 경제성장의 근원을 탐구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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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전체의 내용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으나 경제 활동을 분업에 의한 효율화로 설명하는 기존 설명 대신에 바로 '정보'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부분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은 자연이라는게 참 매섭고 신기하다고 느껴질때가 있는데, 이를 테면 손에 만져지는 책을 바라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디지털로 되어 있는 정보와 달리 이 책이라는 것은 사실 자연 법칙을 그대로 따라 제작된 최종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제작된 책의 원자와 분자들을 임의로 배열하여 합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 누구도 그렇게 책을 만들 수는 없다. 예를들면 좀 무거운 원자들은 무려 초신성 폭발 정도를 일으켜야 생성된다(그래서 연금술이 허위인 것이 금 원자를 인공으로 만들어내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손쉽게 원자를 조합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일까?

 

 먼저 지식을 일단 만들어 내고, 나무를 가져와 종이로 만들어야 한다. 색을 입히고, 사진이라도 넣으려면 또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인쇄를 하기 위해서 또 한단계 거치고, 그렇게 만든 것을 포장해서 배달하고 하는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이 책이라는 녀석이 내게 들어온다. 그러면 이 책은 자연 법칙에 따라서 그대로 우리에게 그간 누적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여기서의 정보란 바뀐 이렇게 분자들의 배치 상태 전체를 아우르는 좀 포괄적인 의미이다)

 

 이렇게 비로소 책을 접수하면, 책을 펼쳐본다. 그러면 빛이 닿아(광자) 일관되게 흡수 반사하여 종이에 있는 정보가 인간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한치 오차도 없이 자연 법칙에 따라 이 일들이 벌어진다. 적절한 불빛아래에서의 책이라는 것은, 무기력하게 그 자연의 법칙에 복종하며 그 담고있는 전체 정보를 펼친 사람에게 전달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책을 만드는 활동들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분업화되어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와 종이 제작자와 인쇄업자와 유통업자와 심지어 주문은 인터넷으로 하게 되는데 수많은 과정과 사람들이 관여된다.

 

 그리고 이 정보의 진화라는 책의 작가는, 책의 제작과정을 각 단계에서의 정보의 누적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 앞서 전개했던 정보 이론과는 또 다르지만, 어떤 정보가 어떻게 생겨나서 결합되느냐에 따라 인간 사회에 책의 등장이 해석된다.

 

 이러한 "정보"들은 시간을 두고 다양한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변화하고 축적되어 나타난다. 17세기 사람이 발명한 책 바인딩 기법이 그 과정에서 전달되기도 하고, 중국의 종이만드는 방법이 또 전달되어 녹아들게 된다.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것들은 이렇게 정보(노하우)들이 변화 축적되면서 만들어지므로 , 이러한 것을 생산하는 과정이 반영되는 경제를 기존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말고 이런 정보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좀 신선한 관점이다 싶었다. 이렇게 정보로 경제와 생산을 바라보면 더 추상적으로 미래를 예감해볼 수 있다. 엔트로피로 바라볼 수도 있고 수만년의 경제 발전 과정을 수학적으로 추적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책에서는 복잡계나 엔트로피 관련으로 유명한 프리고진(Ilya Prigogine, 벨기에 화학자, 1917~2003) 의 증명들이 소개되는데 그 중 유명한 것이 "정상상태에 놓인 비평형계에서는 엔트로피 생산량이 최소화된다"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비평형계는 질서를 자발적으로 생성하여 정보훼손이 가장 적은 정상 상태로 자기 조직화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말은 어려운데, 이를테면 태양에너지를 공급받아 일정 수준의 안정한 체계를 이루고 있는 지구에서는 이렇게 정보들이 생산되면서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프리고진의 이론까지 끌어다 쓰면 책의 등장은 필연일 수도 있겠고 우리 경제 발전도 그럴 수 있겠다. 엔트로피, 정보이론, 열역학, 복잡계, .. 이야기들이 위 논리 하에 서로 왔다갔다 하도록 할 수 있다.

 

여하튼 정보 이론을 더듬어 가면서 좀 재미있는 내용이라 짧게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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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동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