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와 정보, 컴퓨터를 설명하는 데는 양자 중첩(superposition), 양자 얽힘(engtanglement), 결어긋남(decoherence) 이라는 세가지 개념을 핵심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아래 시리즈들을 시작해보자.
일단 책을 한권 추천해보자. 여기서의 설명은 이 책도 많이 인용했다. 김상욱 교수의 강의는 책 외에도 유투브에도 꽤 있고 모두 도움이 되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879447
그리고 아래 양자역학에서 양자 컴퓨터로 이어기가 위한 주요 연표를 참조해보자. 개인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 연도가 조금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수시로 참고해보면 발표 순서를 알 수 있고 조금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연도(년) |
사건 |
1900 |
빛의 입자 가능성 플랑크 이론 발표 |
1905 |
아인슈타인 광양자설 발표(초기에 인정 못받다가, 1921년 노벨상) |
1913 |
보어의 원자모형 |
1920 |
아서 콤프턴의 광양자설 확인(27년 노벨상) |
1922 |
보어 노벨상 수상 |
1925 |
하이젠베르크 행렬 방정식 발표, 만24세, 1932년 노벨상수상 |
1926 |
슈뢰딩거 파동방정식 발표 |
1927 |
솔베이 회의(5차), 보어학파/코펜하겐학파 확립 |
1932 |
폰노이만 양자역학 수학적 기초, 숨은변수 없다고 주장 |
1935 |
EPR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 논문발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
1944 |
생명이란 무엇인가, 슈뢰딩거 책 출간 |
1947 |
윌리엄 쇼클리 벨연구소 트렌지스터 발명(56년 노벨상) |
1952 |
데이비드 숨, 고적 역학적 양자론 - 광속넘는정보전달 인정하는 이론 , 망함 |
1964 |
*존 벨, EPR역설에 대한 벨 부등식 발표 |
1982 |
알랭 아스페가 벨 부등식 최초 실험 증명 |
1989 |
데이비드 도이치, 양자 컴퓨터 제안, 큐비트 개념 |
1994 |
피터 쇼어, 양자 소인수 분해 알고리즘 |
2001 |
IBM 7큐빗 양자 컴퓨터 실험 |
2011 |
D-Wave 128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주장, (2017년까지 2048큐비트) |
2012 |
산타바바라 캠퍼스 연구팀, 15=3*15 인수분해 |
2014 |
사이언스지, D-Wave 별로 안빠르다? |
2015 |
네덜란드 연구팀, 벨부등식 최종 확정(이제 그만하자..보어가 맞다) |
.. |
.. |
주제 영역과 역사를 나열했으니 세부적으로 나아가보자. 사실 각 주제를 완전히 다루는 것은 매우 전문적이고 여기서는 개념이해에 더 초점을 두자.
첫번째 시작은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의 유명한 이야기이다.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이 천재 과학자는 양자 물리학이나 양자 컴퓨팅을 이야기하면 늘 등장하는 분이니, 아래 긴 영상을 보실 수는 없겠으나, 얼굴이나 목소리 라도 보고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FjHJ7FmV0M4
다만, 이 긴 영상중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멘트는 이 비디오의 맨 뒷편 몇분인데, "자연이 인간의 상상력을 훨씬 넘어선다"는 말이 나온다. 너무나 인상깊었던 말인데,
처음에 이 양자역학 이해불가론(?)을 들었을때는 사실 양자역학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성이론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그보다 더 나간다.
그렇다. 그냥 어렵다기 보다는, 오히려 '기괴하기' 때문이다.
정말 이상하다. 소립자의 행동 패턴들은 흔히 회자되듯 우리의 상식과 맞지 않다. 어찌어찌 물리학자들이 우여곡절을 거쳐서 입자의 행동을 설명하는 완벽해보이는 이상한 방정식을 만들어냈는데, 이 방정식이 의미하는 바가 우리 상식과 너무 다르다. 이 방정식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사실 시행착오와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처음 고안해낸 학자들도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어찌어찌 계산이 맞는 이론을 만들긴 했는데, 좀더 정확한 다른 이론이 나오겠지.." (플랑크도 슈뢰딩거도, ..)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전자가 도는 궤도가 띄엄띄엄해서 그 중간없이 순간적이 이동한다던가, 입자가 관측되기 전에는 확률로서 여러곳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알 수 없는 말들이다. 이것들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의 세상에서는 이동할때 띄엄띄엄하지도 않고 존재하는 것은 그냥 어딘가 있을 뿐이지, 확률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쳐다보지 않을때는 구름처럼 있다가 쳐다보면 확정되는게 아니라, 쳐다보고 있지 않아도 실제로 무언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불평했다는 말대로 달은 보지 않아도 떠있다. 그러나 미시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상식에 맞지 않음' 때문에 양자역학은 코펜하겐 학파가 이미 2차 대전 이전에 그 이론을 정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의심받았고, 소수의 물리학자들에 의해서는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죽을때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유명한 반대론자이고, 파동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 마저도 많은 분들이 인지하고 있는 "고양이 역설"을 통해 그 설명에 대해 반박했다.
반면 코펜하겐 학파는 리처드 파인만이 그대로 계승한 견해다. 인간들이여, 너희들은 자연에 비해 상상력이 부족해.. 라는 입장이다. 부족한 관찰력을 가지고(거시세계만 간신히 눈으로 관찰하는) 만든 개념을 어디 미시세계의 자연에다가 들이미느냐! 이런 셈이다.
무엇이 그렇게 기괴할까?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또 다른 큰 공헌자-이후에 소개할-인 안톤 차일링거 교수와 김상욱 교수 등 수 많은 분들이 선택하신 방법) 바로 빛의 이중 슬릿 실험인데,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원자(Atom)를 먼저 짚고 넘어가보자. 이 실험이 원자와 같은 수준의 작은 입자인 광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의 주인공인 양자의 대표주자 중 하나다.
원자를 이야기하면 늘 많은 책들이 데모크리토스로 올라간다. 그 아무런 실험 결과도 없던 시절 본능적으로 데모크리토스는 더이상 쪼개지지 않은 작은 입자를 상정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더 다루고 싶은 주제인데, 과연 세상의 물건은 더이상 쪼개질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할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주제다.
데모크리토스가 이야기한 원자는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입자이고, 양자역학이 이야기하는 양자는 그 말대로 띄엄띄엄한 성질을 지니는 원자, 양성자, 중성자, 전자, 광자 등 모두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후반부에 가면 거대한 분자도 특정 조건 하에서 양자적인 성질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자와 양자의 헷갈림은 사실은 어느정도 분자를 쪼개나가다가 이게 원자라고 이름붙였는데 계속 더 쪼개지다보니 물리학자들도 좀 꼬인 상태라고 볼 수있다. 여하튼 어느정도 크기 이하의 미시세계로 가면 특성은 비슷해서 원자냐 아니냐 논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어진다. 대략 자연계에서, 더이상 쪼개져 존재하기 어려운 가장 작은 입자라고 보면 된다. 쿼크도 있는것 아닌가요? 맞다 그렇게 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입자가속기 충돌 실험할 때나 간신히 관측되므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교양 책에 실험적인 증거로서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논하는 양자라는 것은 일반 평범한 실험실에서도 그나마 다룰 수 있는 전자나 양성자, 광자 같은 것들이라고 보면 실험결과도 많고 논하기도 쉽다. 이것들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양자역학 특성을 지니겠다.
쪼개지지 않는 "원자"라..
가만히 보면 사람이란 도대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하는게 쉽지 않다. 보인다는 것은 인류에게는 이해의 큰 첫걸음이어서,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온전히 이성으로만 상상해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나가면서 이해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상상과 실제를 계속 확인해나가는 방식이다.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음의 최전선에 있어서, 오히려 보는것 자체가 그것을 변형해버리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보려면 광자가 부딪혀서 내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면 이미 한번 밀어낸 녀석이 보인다. 더 어디있는지 알아내려면 더 예리하고 강한 빛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면 더욱더 원래 그녀석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이 입자들은 우리가 관측을 통해서 있는 순수 그대로 인지할 수가 없다. 위치를 어떻게 측정한다고 쳐도 운동량은 불확정하게 변해버린다. 그저 간접 유추할 뿐이다.
결국은 젊은 하이젠베르크가 원자에 대한 행렬역학을 만든 것도 이런 아이디어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원래부터 존재하는 무엇인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관측되어 나타는 무엇인가이다. 흡수되거나 방출된 빛의 강도와 진동수에 의한 기술이다. 어 이런 것들이 그러면 사실 뭔가가 실제 존재하는데 관측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되는것 아닌가요? 라고 여기서 물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저러한 성질들은 아예 양자가 가진 속성 그 자체가 된다.
이런 것들을 실례로 설명하기 위한 이중슬릿 실험을 소개하기 전에, 조금더 다른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자.
예를들어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물리학을 다시 정립하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질문 한다면 나는 빛을 연구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빛은 모든 기괴함의 정점에 있는 녀석 중의 하나이면서도 어떤 구성만 잘하면 눈에도 바로바로 관측 가능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아마추어 연구자였던 토마스 영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가 바로 이 이중슬릿 실험의 시작이다.
처음에 뉴턴은 이 빛을 입자로 소개했다. 뉴턴의 주장 이후에도, 당연히 우리가 어렸을적 배운대로 파동(물결 같은 존재, 호이겐스)이라고 다시 주장되었는데, 뉴턴의 과학계에서의 입지가 워낙 강해서 한동안 빛은 입자로 믿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영국의 의사/물리학자인 토마스 영의 이중슬릿 실험에 의해서 그 파동성이 실증되게 되었다(1802년).
이후 빛은 근 100년간 파동이라도 믿어지면서 파동이라면 응당 필수인(우리가 흔히 아는 파도는 물이 있어서 가능하듯이) 매질을 찾다보니 '에테르'가 필요하던가 등의 논쟁을 하다가 결국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면서 다시 입자설(광양자설)이 부활되었다.
내가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등학교 물리책에 빛의 이중성이라고 해놓고, 빛을 입자라고 생각하고 실험하면 입자이고, 파동이라고 생각하고 실험하면 파동이라고 한다 라고 했던 것인데(보어의 상보성에 대한 설명). 그때도 납득이 되지 않았으나 지금 생각해도 그 설명이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빛은 그때까지의 고전 물리학 지식으로 단순 설명할 수 없는 대상으로(양자역학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의 성격에 따라 다른 관측치를 보여준 것이다. 기존 이론으로만 빛을 해석하려 했기 때문에 입자와 파동 두가지 성격이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입자도 파동도 아닌, 양자 였던 것이다.
빛에 대한 관측에서 나타난 이중성은 그저 당시 고전 역학이 바라본 세상의 모순이며 혼란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시금 이를 정확히 하는 논의를 위해 다음 편에서는 이중슬릿 실험으로 광자라는 녀석을 계속 설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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