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부터 빛을 가지고 풀어보는 양자와 연관된 개념들을 파헤쳐보자. 중첩(super position)의 개념이다.
양자 역학의 다양한 이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실험의 결과와 이에 대한 해석을 계속 내 의견과 같이 섞어가며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피상적이지 않기 위해서), 이 실험의 결과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 바로 이중슬릿 실험이다.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은 빛이 입자로 여겨지던 상황에서 파동으로 확정되는(당시 기준으로)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는데, 아래 그림이 가장 간단한 설명이다.
왼쪽에서 빛을 쏴서 얇은 두 틈(double slit)을 지나게 하면, 물의 파동과 같이 스크린에 저런 회절무늬가 나타난다. 물결을 자세히 관찰해본사람이라면 저렇게 되겠구나 싶을 것이다.
그런데 빛이 입자라면 어떨까? 아래의 그림에서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두 줄이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직진하는 입자이기 때문이다. 곧장 얇은 틈으로 날아가서 분명하게 두개의 영역에만 표시된다. 뭔가 슬릿에 반사되는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으나 그 모양도 물결무늬와는 거리가 있다. 그저 두개의 밝은 영역과 나머지 어두운 영역이 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왜 저런 토마스 영의 실험결과를 알면서도 왜 광자가 입자라고 주장했을까? 아인슈타인은 사실은 맥스웰이 발견한 광전효과라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명확히 정리했는데, 금속에 빛을 쪼였을때 당시의 플랑크의 양자가설을 적용하여 실험결과와 같은 계산값을 내는 이론을 만들었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에 계산에 따르면 빛은 띄엄띄엄한 값을 지니는 입자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 가설은 실험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빛이 입자라는 관점에서 위의 이중슬릿 실험을 다시 검토해보자. 이런 의심이 있을 수 있다. 혹시 빛이 여러 입자 다발이라서 저런 현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 슬릿 벽에 반사도 되면서? 이에 어떤 과학자는 광자를 거의 하나 정도가 되는 정도로 매우 약하게 쏴 보았다(하나씩 하나씩 며칠을 노출시켜서 관찰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회절무늬가 나타나는데, 이건 뭔가 이상하다. 아니 분명히 입자를 한개씩 쐈는데 왜 물결처럼 보이지?
하나의 입자를 쏘면 뒤에 각 슬릿의 뒤에 두줄만(각각 슬릿을 통과한) 나타나야 정상이 아닌가? 왜 이것이 마치 온 도처에 존재하듯이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파동 계산에 의하여 그 회절 무늬는 정확히 예측이 가능하다. 양자역학의 상황이다) 왜 입자가 파동처럼 보이는 것일까?
그런데,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렇듯 영의 이중슬릿 실험에서도 앞서 소개했던 입자처럼 보이는, 그냥 두 줄로 보이게 할 수 있다는 방법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광자를 쏘면서, 과연 실제로 어느 슬릿을 통과하는지 검출하기 위한 센서를 슬릿에 설치하면, 놀랍게도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이것을 설명한 것이 사실은 위 그림의 오른쪽 사진이다. 그렇다. 심지어 저 센서를 슬릿 중 한군데만 설치해도 마찬가지다. 누가 관측하면(?이라는 표현은 나중에 좀 다듬어 보자) 빛은 갑자기 파동의 성질에서 입자의 성질로 바뀐다. 이게 빛이 입자와 파동을 왔다갔다 하는 이유다. 관측 당하지 않은 광자만 파동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양자 역학의 핵심인 중첩에 대한 이야기다. 관측 당하기 전에는 여러가지 상태를 동시에 갖고 있는 파동의 모습이 된다.
왜 대체 결국에는(관측될때는) 입자이면서 관측하지 않을때는 파동의 성질을 지니는 것일까? 정확히는 왜 파동방정식에 의해서 기술될 수 있을까? 그리고 관측되면 또 일상적인 입자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여하튼 여러가지 노력끝에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방정식은 다 나온상태에서, 모두들 일단 실험결과와 들어 맞는 수식은 어떻게든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이 해석을 놓고 그 유명한 솔베이 회의(5차)에서 코펜하겐 학파와 아인슈타인(그 당시 이미 어마어마한 거장이 되어 기념사진 한가운데 앉을 정도의 위치에 있었던)이 논쟁을 벌인다. 너무나 많은 물리학 책에서 인용되는 그 거물들의 세미나 기념 사진의 그 현장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가득한 그 사진.
https://yjh-phys.tistory.com/762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논쟁 끝에 보어학파가 전반적으로 다수에게 인정받는다고 한다. 어떤 책에 의하면 이미 거의 인정 받았는데 이외로 아인슈타인외 몇몇 거장들이 반발했던 모양새이다. 그러나 그러한 반발도 분위기를 역전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여하튼 이들의 해석 중 여기서 다룰 중요한 내용이 아래이다.
"양자는 확률적으로만 존재하다가-아인슈타인이 주사위 놀이라고 비판한-, 관측하면 확정된다"
확률적으로만 존재한다라니? 이것은 무엇인가?
그렇다 양자는 쳐다보기 전에는 이 세상에 확률적으로 존재한다. 여기는 이만큼 큰 확률로 저기에는 좀 작은 확률로 전체에 존재한다. 아직 쳐다보기 전까지는 확정되지는 않을 것이고, 구름처럼 존재할 확률(?)만 가지다가 쳐다보면 갑자기 그 확률에 따라 존재가 나타난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조금더 자세히 설명하면 무려 빛의 속도를 넘어 '순간적'으로 확정된다. 우주 전체에 걸쳐 존재할 확률을 가지고 있다가(물론 막힌 터널을 통과하는 형세라면 그 경로에 관측될 확률이 크겠지만) 관측 그 순간에 특정 지점에 나타난다.(이것을 확률함수 붕괴라고도 표현한다.)
이중 슬릿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관측하지 않을때는 광자의 존재는 확률로서만 나타내진다. 이것이 바로 파동처럼 행동하는 근본 원인이다. 단 하나의 광자라도, 확률로만 존재하다가 뒤 벽에 나타날때 비로소 그 확률에 따라 확정되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입자인 광자가 회절무늬를 내는 이유다.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는 것은 실제 존재하는데 우리가 잘 모르다가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확률로만 존재하다가 실제 관측하면 비로소 실존한다.
그런데 이런 슬릿에 측정장치를 달면, 벌써부터 확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미 정해진 입자로서 행동하게 된다. 빛은 원자에서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면서 방출되는데, 이 녀석은 측정되기 전까지 확률로만 존재하다 측정되는 순간 실제 확정되어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 측정되어 버리도록 이중슬릿에서 지나갈때 관측을 하게 되면, 모두 입자로 측정되면서 더이상 벽에는 회절무늬를 보이지 않게 된다.
이렇게 측정되기 전에 입자가 확률로 존재하는 상태를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향후에 양자컴퓨터를 설명할때 기본 개념이 된다.
파동방정식(저러한 해석을 모른체 만들어지고 실험으로 증명된)에 대한 이런 해석은 막스 보른이 최초였다고 전해지는데, 이런 설명을 앞서 밝힌 대로 아인슈타인이 위 솔베이 회의에서 극렬히 반대했다. 입자가 어떻게 확률로 존재하느냐에 대한 도전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더 보조 설명이 필요하다. 과학에서의 인과 관계에 대한 집착은 사실 꽤 유래가 있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는 큰 업적이 바로 뉴튼의 중력을 깔끔하게 설명한 것에 있다. 뉴튼이 처음 중력을 제안했을때 본인 스스로도 의심한 것은, 중력이라는 것이 원격으로 작용하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사실은 직관과 크게 위배된다. 연결되어 당긴 것도 아닌데, 원격으로 작용하는 힘이라니, 기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자석이 서로 원거리에서 끌어당기는게 어렸을때 신기한 기억은 누구나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공간이 휜다고 설명함으로써, 이 원격의 힘을 그 메카니즘이 완전하도록 바꾸어놓았다. 원격의 이상한 힘 같은 것은 없다. 공간이 휘어지니 당연히 어느쪽으로인가 기울어지고 이것이 인력으로 보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이 또다시 과학을 이렇게 또 당혹스럽게 만들었으니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고 궁극의 답변도 아니라고 생각했을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인과성을 국소성(locality)이라고 해서 또다른, 무언가 매개를 통한 인과성으로 우주가 움직여야 서로 모순없이 작동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동료들과 이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반박을 내놓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것이 양자역학을 더 풍부하게 만들게 된다. 그리고 또 등장하는 개념은
바로 얽힘(entanglement)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얽힘이야기를 해보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이 주사위 놀위에 대해 반대했던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을 잠깐 짚고 넘어가보자. 가장 논란의 큰 축은 우리 사는 세상은 양자역학처럼 저렇게 확률로 존재하지 않고 그냥 실제하는데, 어디까지가 양자역학적 세계이고 어디까지가 우리가 사는 세계이냐는 물음이다.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그렇게 이상하다 치고, 우리가 사는 거시세계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즉 관측을 통해서 확정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냐는 이야기이다.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괴리 중간쯤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이 유명한 슈뢰딩거가 주장한 고양이 역설이다.
양자의 상태에 따라 독을 퍼트리는 상자안에 고양이를 넣고 상자를 닿으면, 상자를 열기 전까지(관측하기 전까지)는 이 고양이는 산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런 상태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뚜껑을 열었을때 이미 죽어있거나 살아있는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역설의 해소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바로 안톤 차일링거 교수의 C60(퓰러렌) 을 통한 이중슬릿 실험이다. 이중 슬릿 실험을 광자가 아니라 C60이라는 큰 탄소 분자로 실험한 것이다. 어떻게? 매우 낮은 온도와 진공상태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온도가 올라갈수록, 진공을 잃을 수록 회절무늬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거시세계의 입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입자들과 상호작용하거나 복사열을 내뿜어 자기 위치를 들키기 때문에 확정되어 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흔히 말하는 결잃음(decoherence)이다.
https://m.blog.naver.com/sechsmin/220737878525
결국 위의 설명대로면, 관측이 되지 않는다라는 것은 우주의 어떤 것에 의해서도 들켜서는 안된다는 관념이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입자의 위치를 어느 다른 것이든 알게되면 그것이 관측이다.
내 상상속에서의 설명은, 우주라는 컴퓨터가 양자의 존재를 탐지해야하는 순간에는, 그 이전에 아무리 메타 정보(확률)를 가지고 처리되다가도 실제 좌표(확률 붕괴)정리를 하고 넘어가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컴퓨터 게임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은 계산(렌더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 뭐 그런 일종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다음의 얽힘에 대한 설명전에, 위의 확률붕괴와 또 거론되는 불확정성의 원리도 짚고 넘어가보자.
앞서 소개했지만 이 불확정성의 원리는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하나가 더 확실해지면 하나가 더 불확실해진다. 이를 위의 이중슬릿실험을 좀 빌려와보자.
여기서는 슬릿을 하나만 남기고 대신에 이 슬릿의 간격을 계속 줄여가면서(특정 크기 이하라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 상당히 크면 우리 상식대로 작동한다) 실험하면 어떤 모양이 나타날까? 물론 회절 모양은 사라진 상태인데, 이번에는 얼마나 퍼져서 나오는가하는 문제이다. 어떨까?
일반 상식에는 슬릿이 모양이 좁으면 더 좁게 퍼져야 하고 슬릿의 모양이 넓으면 넓게 퍼져야 한다. 그런데 그 반대이다. 슬릿의 간격이 어느 크기 이하로 좁아지게 되면(빛의 파장과 관계가 있다) 뒤에 더 넓게 퍼지는 그림이 나타난다. 아래 두개의 분포를 보자. 슬릿 구멍을 지나 벽에 새겨진 밝음의 정도라고 생각해보자. 슬릿이 더 좁아질수록 주황색으로 나타난다.
왜 슬릿이 좁으면 상식과 다르게 주황색의 더 퍼진 모양으로 나타날까?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이다. 위치가 점점더 명확해지기 때문에 운동량이 불확실해진다. 그래서 더 넓게 튕겨나가는것처럼 보인다. 불확정성의 원리도 그냥 관측이 불가하다거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물리학적인 특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통과되는 공간이 좁아지면(위치가 더 확정되면 확정될수록) 그 다음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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