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주제는 얽힘(Entanglement)이다.
앞서 중첩이란 것이 입자가 관측되면, 기존의 확률로 설명되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로 확정되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를 파동함수의 붕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또하나의 재미있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두개의 입자를, 관측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서로 연관되게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특정 입자가 붕괴하면 양전자와 전자로 나뉘는데 이 둘은 각각 반대의 스핀을 갖게 된다(전자의 스핀이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두 방향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적인 속성을 지닌다. 즉, 관측 전에는 확정되지 않는다. 관측되기 전이기는 한데 둘이 반대라는 것은 확실하다. 왜 반대여야만 하느냐? 각 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해두자.) 그러면 이렇게 얽힌 양전자와 전자를 각기 우주의 반대편으로 보내자. 생각하기 좋게 설명하자면, 딱 쪼개져서 양쪽으로 날아갔다고 치자.
이 두 입자는 생겨난 이후 관측된 적이 없기 때문에 확률로만 정의되는 녀석들이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서 우주 반대편에 닿았다고 치자. 이제 A를 관측해보자. 그러면 관측했으니 스핀이 결정된다. 엇 그런데 그 반대편에 있는 입자 B는 아직 측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은 한쪽을 측정했으므로 그 스핀의 방향을 알게된 것이고 자동적으로 그 반대편 입자 B의 스핀(A와 반대방향)도 알게된다. 즉 한쪽 A에 대한 측정이 다른 반대편 B를 확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했던 이중슬릿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광자 두개가 얽힌 상태에서 역시 우주의 반대편으로 보낸 후 각기 이중슬릿 실험을 한다고 치자. 그러면 우주 한쪽에서 A광자를 측정하기 위해 관측장치를 달아서 켜면 우주 다른 쪽에서의 광자가 갑자기 같이 확정된다. A광자쪽 관측장치를 끄면 다시 B광자쪽는 확률로만 존재하게 된다. B광자 쪽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것은 무언가 광속을 넘어 두 입자가 통신을 하는 것처럼, 즉시 한쪽의 관측이 나머지 한쪽을 확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적은 1935년에 EPR 패러독스(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버그 3사람이 쓴 논문이라 각각 이름을 따서 EPR이라고 한다)의 비유이다. 이것은 사실은 관측이 실재를 확정한다는 코펜하겐 해석을 반박하기 위한 지적이었고, 아인슈타인은 이를 원격 유령 행동(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말도 안된다는 이야기이지 않는가. 더욱이 이것은 본인이 확립한 일반상대론의 세계, 즉 광속불변의 법칙으로 모든 시공간이 광속의 제약을 받는 세상에서, 광속을 넘어서는 것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으로서는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다. 내가 많이 기여해서 낳은 양자역학인데 상대론과 모순되는 것들이 등장하게 된 셈이다.
지금이야 여러가지 실험이 진행되었지만, 당시에는 이런 일련의 것들이 여건상 실험적으로 증명되기 어려웠다. 거의 모두 머리 속으로 하는 사고 실험으로 진행된 정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의 실험에서는 위 지적이 모두 코펜하겐 학파/양자역학에서의 승리로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이 조롱하면서 예측한 것들이 실제로 그렇게 재현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에 국내 신문기사를 통해 광속을 넘어서는 정보 전달이 확인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바로 위 확인에 대한 실험 소개이다. 정말로 광속을 넘어 두 얽힌 입자는 한쪽이 관측되면 확정된다.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이것이 그렇다고 정보를 광속을 넘어 전달하는 것과는 다르다. 실제로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해서 몇가지 응용이 가능한데, 양자를 순간 이동하는게 가능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양자가 순간이동을 해도 정보를 광속을 넘어 전달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는 정보를 전달하려면 광속의 제한을 받는 통신이 한번 더 이루어져야 한다(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해두자)
여기까지 읽고,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우주는 엉망진창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하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저 얽힘에 대한 사고 실험은 가히 그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주 반대쪽에서 확정된다니 이건 또 무엇인가.
이 타이밍에서, 벨 부등식을 소개해보자. 벨 부등식은 매우 어려우나 간단히 설명된 문헌을 소개해본다.
http://webzine.kps.or.kr/contents/data/webzine/webzine/15088275871.pdf
앞뒤에 각각 -1, 1의 쌍을 적어놓은 종이를 반대로 찢어서 멀리가져가 관측할때의 상황을 빗대는 이 실험에서는 이렇게 종이가 미리 적혀져서 이동되었는지 아니면 내가 관측할때 즉시 확정되는지의 차이에 따른 통계적인 수치 차이를 증명해낸다. 그렇다. 안에 법칙이 숨겨져있는지 그런것 없이 즉시 한쪽이 결정되면 다른 쪽이 결정되는지를 실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본을 제공한다.
즉, 존 스튜어트 벨이 만든 벨 부등식(1962년)은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지 않고 양자에 어떤 숨은 인과의 이론(locality)이 존재한다면 통계적으로 지켜져야할 부등식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 자연 법칙이 뭐든지 상관없다. 양자역학의 세계가 코펜하겐 해석이 아니라 우리가 뭔가 현재는 모를 어떤 상식적인 숨겨진 법칙이 있다면 통계적으로 만족해야할 부등식을 만들어 낸 셈이다.
결과는?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알랑 아스페 연구팀이 편광된 광자로 벨의 부등식이 만족되지 않음을 보였다(1982년). 정말로 자연은 코펜하겐 학파의 해석대로 움직여왔고 지금도 그러한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얽힌 상태의 두 입자의 확정이 광속을 넘어서는 것도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이것들이 지금의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이루어졌다. 아인슈타인은 불행히도 벨 부등식도 몰랐고 이것들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도 몰랐다. 우리가 몹시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반복된 실험에도 이 증명들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다. 결국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것 같은 상황은, 자연의 상상력을 인간이 뛰어넘지 못했을 뿐인 셈이다.
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다음 기사를 읽어보자(2014년 기사)
양자 전송에 대한 이야기인데 다양한 이야기들이 섞여있다. 이제 좀 기사 읽기가 편해지신 분이 있다면 좋겠다.
아래 기사는 어떤가? 얽힌 두 입자에 대한 관측을 양자통신이라고 설명한 것은 좀 아쉽다. 마치 빠른 통신이 가능한것처럼 설명했으나 사실은 이건 아직은 통신이라고 볼 수 없다. 뜬금없이 양자암호 통신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다. 양자암호 통신과 얽힘은 현재로서는 큰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17/06/407523/
자 이제 아직은 알쏭달쏭하게 다뤄지고 있는 양자 정보 기술로 넘어가보자.
지금까지 배운 양자역학의 간단한 내용들이 과연 양자 정보 기술로 어떻게 이어지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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