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가설2023. 7. 16. 14:43

 스스로를, 요즘 유행하는 3차원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세계안의 캐릭터라고 생각해보자. 물론 아직 그렇게 지능있는 존재가 스스로를 인지할 정도로 진보한 게임은 없겠으나, 여하튼 상상으로 상정해볼 수 있다.

 

 그러면 그 게임 안에는 아마도 마법이 있고, 여러가지 그 게임만의 특이 요소가 있을 것이다. 게임 안의 물리 법칙은 우리네 현실을 모사했기 때문에 그 둘간에는 어느정도 유사하겠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같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게임 안의 세계가 훨씬 더 일관성이 낮을 것이라고 본다. 게임 세계의 물리 법칙의 목표는 현실과의 유사성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일치 정확도를 소수점 아래 수십자리까지 일치 시킬 필요는 없다. 여하튼 이런 저런 재미요소로 다양한 이유로 게임안의 세계는 특정 틀의 법칙을 지니고 움직이게 된다.

 

 여하튼 그렇다가 그 게임 안의 캐릭터로서는 언젠가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하자.

"왜 하필이면 이 세계는 이런 법칙으로 작동하는가?"

 앞서 밝혔듯이 게임 안에서는 게임 밖의 사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왜 세계가 그런 법칙을 갖게 되었는지 설계자의 생각을 스스로 알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은 순전히 상상의 영역에서 검토하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많은 법칙의 조합들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이 조금더 분할해서 질문해 볼 수 있다. 이제 다시 우리가 처한 우주에 대해 생각해보자.

 

 왜 우주는 대칭과 보존이 그렇게 엄밀하게 성립하고 있는 것일까. 적당히 근사해서 맞거나 일정 수준 랜덤으로 해도 될것 같은데, 자연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그런데 어떤 관점에서는 이산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왜 원자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가? 무한이나 무한소를 도입해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범위까지 정밀도를 낮춰 나갈 수도 있을텐데, 그렇지 않다. 이미 플랑크 상수를 통해 자연이 띄엄띄엄하다는 사실이 밝혀져있다.

 

 또한 잘 알려져있듯이 자연상수 몇개만 바뀌었어도 우리 우주의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지금 이 상태인가?

 

 유명한 오캄의 면도날(Ockham's razor)은 어떤 현상을 설명할때, 더 간단한 모델을 채택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이것은 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예를 들면 복잡도가 낮은 모델 A와 복잡도가 높은 모델 B를 탐색해서 찾아냈는데, 특별히 복잡한 모델 B가 A보다 더 큰 정확도로 예측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이 상황에서는 단순한 모델 A를 채택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다. 왜냐하면 어떤 문제와의 설명 일치 여부를 탐색해 찾아낸 몇가지의 후보 모델이 있을때, 특정 문제를 더 단순한 모델이 푸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더 낮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단순한 모델은 동일한 역할을 하는 다른 복잡한 모델보다 더 어렵게 찾아지는 bias가 덜 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이야기해볼 수 있다. 이렇게 더 단순한 모델은 복잡한 모델에 비해서 찾기 어려운, 더 큰 장점을 갖는 모델이 된다.

 

 지금 우주의 법칙들이 만약에 여러가지 랜덤한 체계 속에서 하나 선택된 것이라면 어떨까? 이미 다수의 반복에서 얻은 어떤 특수한 사례 중 하나라고 보면 또다른 분석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현재 상황이 이런 랜덤으로 선택된 경우에서의 매우 특수한 하나 일 수는 있다. 무한의 우주의 시간대 속에서 엔트로피가 어느정도 충분한 상태의 우주라서 지능이 나타나는 하필 그 시기같은 상황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여러가지 의문 틀은 이 시뮬레이션 이론의 여러가지 면을 상상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간단하게 남겨놓아 본다. 최소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점이나, 그 법칙에서 벗어나는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일상적인 랜덤적인 요소와는 매우 거리가 있다는 점 등이 도대체 흔하지 않은 상황임은 참고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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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작동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