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토어의 무한에 대한 이해의 극적인 점은 1:1 대응하는 두가지 무한한 집합이 동등하다는 점이다. 예를들면 그가 증명했던 것처럼 유리수와 자연수는 1:1로 대응된다는 점에서 정보로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은 프로그래머가 흔히 다루는 코드 체계와 같다. 1,2,3,4에 어떤 글자가 대응이 되겠지만, 컴퓨터가 내부에서 처리할때는 사실 1,2,3,4라는 번호만 보일 뿐이다. 그것을 개별 글자로 인지하는 것은 단지 그것을 매핑해서 화면에 뿌릴 뿐이고, 사람이 각 글자를 그렇게 해석하면 그만이다.
즉 자연수와 유리수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코드체계로 설명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만 동일하다.
튜링이 만든 튜링머신도 마찬가지다. 매우 달라보이지만, 그것은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는 현대의 컴퓨터와 사실은 동일하다. 현대의 컴퓨터가 더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것 같지만, 계산 능력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가장 최소화하여 본질을 설명하는 것으로 축소 시키면 이론적으로 다루기가 쉬워진다. 과연 계산이라는 면에서 컴퓨터를 튜링머신보다 더 단순화할 수 있을까?
존 콘웨이의 Life Game인 자기 복제하는 생명체가 어떤 단순한 법칙의 반복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놀라운 존재이다. 그것은 복잡해보이는 자연의 법칙을, 몇가지 게임의 법칙에 대응시키고, 그 법칙이 반복되었을때 무언가 복제되어 유지되는 존재가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의 구조여야 자연을 실제로 닮는 "계"가 탄생하는지 등등은 조금더 생각해볼 일이지만, 콘웨이는 Life Game이 자연과 대략 동등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SFL7PXj15M
강화학습이 유행하면서, 그리고 오래전에 인공생명이 논의될때 적절한 시뮬레이터에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화시키면 지능같은데 나오지 않겠느냐고 고민했던 시절이 있다. 그 시절의 고민은 과연 그 시뮬레이터를 얼마나 단순하게 만들어도 지능이 등장하는가였다. 아직도 이 질문에는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지만, 이론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뮬레이터로 보상이나 벌칙을 주면 결국에는 지능같은 것이 나타날지가 보여질 수 있다면 꽤 가치있는 연구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처럼 수학에는 두가지 다른 것을 같게 만들거나 단순하게 만드는 작업들이 많은 혁신을 이루게 함을 알 수 있다. 어찌보면 게임 속 세상이나 현실이나 일정한 법칙하에 살아가는 것은 동등하니 둘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해석도, 매트릭스와 현실을 구별하지 않는 영화 속 상황도, 우리네 이성이 이런 동일성에 대한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로 달라보이지만 결국에는 같은 것들을 합쳐나가는 노력이 세상을 다른 시야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다시 처음 논의로 돌아가보면, 이 과정은 칸토어의 1:1 대응에 대한 증명이 나는 가장 큰 아이디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불필요한 것들은 제거하고 1:1로 대응되면 같은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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