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양자 컴퓨터의 존재에 대해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실질적인 양자 컴퓨터의 등장 여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전에 진행했던(지금은 매년 시행이 중단되었지만) RSA 소수 분해 숙제가 풀렸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중단되어 상금은 없어졌지만, 그 문제는 흔히 회자되는 양자 컴퓨터의 성능 경쟁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기사 쓰기 좋은 challenge라고 볼 수 있다. 분해해야할 큰 숫자는 공개되어 있지만, 실제 분해되어 곱해지는 소수값은 초기 그것을 만들었을때 파기해 버려 실제 정답은 아무도 모르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기대되는 기사 발표다.
양자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연산은 현재 피터 쇼어의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대표적이기 때문에 이를 통하는게 가장 좋은 것이다. 별도로 IBM은 자사의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연산할 수 있는 클라우드 API를 제공하고 있지만(15 qubit) 아직까지 이를 통해 역시 위 RSA문제를 풀었다고 알려진 사례는 없으므로 유의미하게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D-Wave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optimization문제에 최적화된 양자 컴퓨터 같은 것들에게는 좀 유효하지 않을 수는 있다.(그녀석들은 쇼어 알고리즘을 수행하는 형태의 양자컴퓨터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번에는 양자 컴퓨터라는 것이 사실은 이런 작은 입자를 이리 저리 관측하지 않으며(결잃음을 방지하며) 변화시키다가 마지막에 관측하여 확정시키는 기계라는 사실을 설명했다. (예컨데 기술이 허락하는 범위에 따라 여러개의 입자를 얽히게 만들고 위상을 바꾸고 원격전송하고 등 원하는 대로 그 변화과정을 일반 컴퓨터의 논리 게이트처럼 구성한 다음에 마지막에 관측하여 실제 값을 측정하면 된다. 그리고 결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사실 전자이건 광자이건 분자이건 양자 컴퓨터의 기본 큐빗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H/W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 초저온이 아니라 상온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예를들면 어지간해서 관측당하지 않는 빛은 상온에서도 회절무늬를 생산하긴 한다.)
그런데 왜 이것이 고속계산을 가능하게 하는가?
이에 대해 다양한 설명이 이루어지는데 TED 강의나 여러가지를 보면 모든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탐색한다던가 하는 설명을 한다. 이 설명은 일부는 맞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관측시 그 모든 탐색의 경우의 수에도 불구하고 관측 결과는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 잃기전 중첩이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관측하면 하나로 확정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때 그 관측은 가장 높은 확률의 것이 나타나겠다. 매우 낮은 확률의 일은 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자 컴퓨터의 가치가 존재한다.
잠깐, 글만 난무하는 이 설명에 빛을 밝혀줄, 본인이 최근에 찾은 짧은 설명 영상을 보자 (영문, 4분부터 7분 30초까지)
이는 전산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기억할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방법과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 어떤 복잡한 구조에서의 계산이 어려우면, 해당 구조를 만들어 놓고 실제 입력을 주었을때 여러번 반복해서 실제 분포를 알아내면 된다. 즉 실제로 몇번 돌려봐가면서 계산하기 어려운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구성을 해서 관측을 했을때 이 측정값으로 연산을 빠르게 할 수 있는가? 가장 유명한 알고리즘 두 개는 위 영상에서도 언급된 수학자 피터 쇼어의 알고리즘(Peter W. Shor, 1994)과 로브 그로버의 검색 알고리즘(Lov Kumar Grover, 1996)이다. 쇼어의 알고리즘은 큰 수를 소수로 곱으로 나누는데 응용될 수 있고, 그로버의 알고리즘은 정렬 안되어 있는 데이터를 찾는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여기에서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워낙 전문분야이다보니 그 설명을 쉽게 해놓은 자료는 없다는 것이 변명이다.), 이렇게 간접 설명해 볼 수 있다.
예컨데 검색 알고리즘을 예를 들어 보면, 어떤 입자의 구성에 의해서 관측을 해서 그 찾은 데이터를 실제 확인해보면 정답을 찾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사실은 이렇게 맨 처음 찾지는 못했을 테고, 곧바로 다음번 관측을 다시해서, 또다른 탐색 시도를 하면 된다. 즉 이런 관측이 이 데이터의 탐색을 확률적으로 높게 유도할 수만 있다고 해도, 이 검색은 하는 수 없이 해야하는, 처음부터 검색해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된다.
그리고 만약에 이런 과정에서 계속 이 입자의 구성을 바꿔서 더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면, 계산을 좀더 가속화 할 수 있을것이다. (간단한 설명에서는 이렇게들 표현한다. 참고로 수학자인 쇼어는 양자 알고리즘 불모지인 상태에서 이 알고리즘 고안에 꼬박 1년이 걸렸는데, 본인의 정규 작업이 아니었다고 한다. 어딜가나 이런 잉여의 승리가 존재한다. 이분은 이렇게 양자컴퓨터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겼다.)
아래가 쇼어의 알고리즘과 일반 컴퓨터의 d의 자리수를 소수로 분해하는 계산에 필요한 연산수 이다. 뒤로 갈수록 연산 절약은 어마어마하다. 그렇다 이 알고리즘은 어떤 연산을 함에 있어서 확률적으로 정답에 가깝게 무언가를 알려준다. 더럽게 운이 없으면 엄청 오래 걸리겠지만 확률적으로 더 먼저 찾는다. 자연이라는 엄청난 연산기를 해킹해서 특수 목적에 쓰는 모습이라고 상상해본다.
그러면 아예 좀더 범용적인 알고리즘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런 특수한것말고 아예 근본적으로 모든 튜링 머신을 대체할만한 기적의 IBM PC 호환 양자 컴퓨터를!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범용적인 알고리즘은 아직 없다. 분야별로 양자 역학 현상을 이용해 연산을 빠르게 하는 방법을 많은 이들이 찾고 있으나 아직은 좀 시간이 걸리는 형상이다.
최근에 뉴스에서 IBM에서 5 qubits의 양자 컴퓨터 연산을 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위 처럼 몇가지 구성을 해서 관측 값을 얻을 수 있는 API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다. 다르게 말하면,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이 큐빗의 관측 값을 가지고 계산을 고속화 할지는 내 몫인 셈이다. 만약에 양자 컴퓨터가 더 기술적으로 보편화되면 이러한 코딩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올지 모르겠다. 고전컴퓨터에서 양자 컴퓨터를 호출해 지속 상호작용하면서 무언가 빠른 답을 내는 형태의 알고리즘을 분야별로 구현하는 작업이 필요하니까.
이제 좀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그러면 지금 양자 컴퓨터는 존재하는가? 미국 NSA가 이미 만들어놓고 숨기고 있는 것인가?
맨 먼저 앞서 언급했던 결 잃음(decoherence) 방지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양자컴퓨터의 qubit과 연계한 입자는 우주의 어떤 것과도 상호작용하면 결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절대 0도에 가까운 온도에, 광자도 없는 어둠 속에 격리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또 그러다가 필요할때는 관측해서 전송해야 한다. 이 말은, 무언가 열을 가진 장비가 옆에 필요하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주변과 통신하면서 결을 잃지 말아야하는 이런 특성 때문에, 실제 시작후 작동 가능 시간은 매우 순간적(0.0001초?) 이라고 한다. 차갑게 식히고 뭔가 시작해서 관측하면 아마 다시 온도를 내려야 하는 형태일것 같다.
만약에 이렇게 성공해서 동시에 다룰 수 있는 각각의 입자 수가 50 qubits이 되면 기존 고전 컴퓨터로 거의 계산 불가능한 것들을 달성하기 시작하는데, 불행히도 지금은 이 한 qubit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보정하기 위해서 실제로는 수많은 qubit이 필요하다고 한다(에러 보정용). 많은 회사들이 투자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격리하고(광자를 이용하거나 전자를 이용하거나 또다른 무언가를 사용하는)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은 없는 것도 있게 보이게 하는 마케팅의 힘이 더 우세한 모양새이다.
이 즈음에서 구글에서 최근 배포한 영상을 보자. 후반부에는 양자 컴퓨터의 실물을 자세히 구경할 수 있다.
언급된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으로 보는 이들은 1988년도 국내 슈퍼컴퓨터의 성능(크레이-2S : 2 GFlops) 이 현재 애플 워치(3 GFlops)만도 못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어한다. GTX 1050 Ti 그래픽 카드의 연산능력은 2,100 GFlops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후에 양자 컴퓨터에 기술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들이 보태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최근에 자주 인용되는 양자 컴퓨터인 D-wave는 optimization에 특화된(global minumum을 찾는) 양자 컴퓨터로 양자와 관련된 현상을 이용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술되는 양자 연산 알고리즘(예컨데 쇼어 알고리즘)을 구현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온전히 사용하는 qubit이 몇개인 것인지, 그리고 어떠한 곳에 응용이 가능한 양자 컴퓨터인지를 잘 구별해야만, 앞으로 나올 양자 컴퓨터에 대한 기사들의 옥석을 가려낼 수 있다. 당장은 200 qubits정도의 쇼어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일단 과거의 공인인증서들은 차례차례 뚫리는 상황이니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그 200 qubits이 실제로는 거의 다 에러를 보정하기위한 qubits이면 역시 난감해지겠다)
아직까지는 양자 컴퓨터는 희망과 냉소가 난무하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냉소를 따라가다보면 양자 컴퓨터는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이론가들도 꽤 있다(결 잃음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겠다). 따라서 당장 수년은 좀더 두고봐야한다. 얼마동안은 그것은 특수 냉각장치와 함께하는 커다란 것일 소지가 높고 대부분 기업들을 위한 것일테고 상용화되어도 팔러 오기 보다는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되게 된다.
또한 많은 일반인 들이 오해하듯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PC를 대치하여 특수한 OS를 설치해 집에 놓아야 하는 존재는 더 당분간 아니겠다.
드디어 양자 컴퓨터 설명을 시작한다. 이 글을 읽기 전에 앞서의 모든 글들을 읽어 보기를 권고한다. 양자 중첩이나, 얽힘, 파동함수의 붕괴 등을 알지 못하면, 역시 피상적으로 양자 컴퓨터를 이해하게 되고 오해하기 쉬워진다.
양자역학이 일반 고전물리학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엔지니어에게 양자 컴퓨터만큼 다양한 오해를 갖는 개념도 드문것 같다. 대부분 엄청나게 빠른 인텔 호환 컴퓨터(?)를 상상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매우 특수한 계산을 빠르게 하는 장치이고, 가정용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쓰게 되더라도 아마 특수한 곳(특수 냉각기가 설치된 데이터 센터)에 설치되어 온라인으로 사용하게 될 소지가 크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오히려 나서는 이유다.
우전 양자 컴퓨터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고전의 컴퓨터라는 것을 설명해보자. 컴퓨터(소위 튜링 머신)의 본질에 접근해보면, 그것은 어떤 입력을 받아 변형하여 어떤 출력을 내는 장치이며 그 안에는 저장장치를 같이 가지고 있다.
01010110...의 일련의 신호를 받아서 그 신호를 원하는 대로 바꿔서 보여준다. 이 바꿈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프로그램이다. 현대의 컴퓨터는 이러한 '계산'을 위해서 전기 신호의 높낮이(0V, 5V)로 0과 1을 표현하고, 논리 소자를 통해 이를 변형한다. 즉 핵심에는 전기(전자의 흐름)가 있고, 트랜지스터의 조합을 통해 특정 입력을 특정 출력으로 바꾼다. 그리고 이것을 일련의 소프트웨어로 가능하게 하여 프로그래밍을 교체하면, 그 연산 특성을 바꿀 수 있는게 바로 컴퓨터다. 그렇다. 간단히 설명하면 그게 전부다. 어떤 입력이 있고, 내가 유도한 어떤 변화과정이 있어서, 그 흐름을 타고 출력 신호가 나온다.
이러한 구조의 근원은 아래와 같은 기본적인 변환을 하는 논리 소자를 다수로 배치하여 구성할 수가 있다는 점이고, 실제로 이 논리 소자는 트랜지스터를 반복 사용하여 특정 전기가 들어갔을때 특정 출력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현대의 컴퓨터는 전기라는 자연 현상을 사용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어떨까? 양자는 위의 0과 1인 bit에 대비해 qubit을 가진다고 상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 qubit의 신기한 점은 일단 생성되면, 관측되기 전에는 확률로만 존재하는 녀석이다. 물론 관측되지 않을때까지만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식이 있긴 하지만, 결잃음이 발생하지 않게 극도로 냉각시키고 격리시킨다.
Bit는 명시적으로 0과 1로 처리되는데 반하여(전기의 흐름/미흐름) 이 Qubit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양자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미확정 상태이더라도, 그 상태에 변화를 가할 수는 있다. 예를들면 전자의 스핀을 바꾸거나, 편광의 상태를 바꾼다. 이것은 위의 고전 컴퓨터에서의 논리소자 처럼 무언가 현재 상태를 가공할 수는 있게 만든다. 상태는 몰라도 바꿔주기만 하면 논리 소자처럼 변형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과정을 거치게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이런 변환 외에도 얽힘을 통해 여러개의 양자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어떤 결과물을 내도록 할 수 있다. 그것도 단 한번의 연산으로 그 모든 양자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를 볼 수 있다. 이것을 고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려면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양자 컴퓨터가 빠를 수 있다. 1 cycle로 엄청난 양의 계산이 가능한 셈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비교해보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맨 하단의 입력(INPUT)이 올라와서 출력(OUTPUT)으로 가는 동안 고전 컴퓨터는 논리 소자(Gates)로 정해진 입력을 변환하는데, 양자 컴퓨터는 양자 상태에서 출발해서 양자 상태를 변형(스핀 변형 등)하고 맨 마지막에는 '관측'한다.
초기에 양자 컴퓨터가 제안되었던 것은, 양자 상태의 시뮬레이션을 위한 것이었다(지금도 양자 컴퓨터의 직접 응용분야 중 하나로 꼽히며 양자 컴퓨터의 선구자격인 리차드 파인만의 고안 목적이다.). 몇가지 입자의 조합된 행동들을 시뮬레이션 해야하는데, 입자A의 상태가 다양하고 그리고 입자B의 상태가 역시 다양한데, 다수의 입자의 상태 조합이 천문학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상태들이 연결되게 되면, 다양한 입자들이 연속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연산을 필요로 하며, 고전 컴퓨터로는 제대로된 시뮬레이션을 하기 어렵게 된다. 이 경우에는 흔히들 대개 근사치를 쓰게 마련인데, 얽힌 양자가 많아지면, 이 근사치로 계산한값과 실제가 터무니없게 차이가 난다고 한다.
즉 양자를 직접 탐구하기 위해서는 실제 양자 현상을 반영하는 시뮬레이션을 행할 수 있는 위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고 이를 양자 컴퓨터라고 불렀다는 의미다.
이렇게 일련의 입자들의 복합한 변환들을, 상기 양자 컴퓨터가 구성하여 최종 관측해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여기서 이해하고 넘어가자. 다만 언급했듯이 이 과정에서 앞서 양자역학에서 논의되던 결 잃음을 주의해야 한다. 결 잃음은 qubit의 상태를 확률붕괴시킨다. 더이상 확률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양자 회로(?)를 거치는 동안에는 결잃음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최종 우리가 관측될때까지 확률붕괴 되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의도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결 잃음에 대한 앞서 글에서의 실험을 상기해본다면, 그 조건이라는 것이 절대온도에 가까운 온도를 우선 의미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어가 쉽지 않을것이라는 것은 이제 가늠해 볼 수 있겠다. (결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이 중간 연산 과정에서 전 우주가 관측하지 못하도록 유지 해야한다.)
다음시간에는 이 양자 시뮬레이터가 관측이라는 것을 통해 어떻게 고전 컴퓨터가 해내지 못하는 빠른 연산을 일부 가능하게 하는지 살펴보자.
양자 원격 전송(Quantum Teleportation)은 실험실에서는 성공되었다고 발표되었으나 아직 응용화에서는 시간이 소요되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 양자 원격전송의 독특한 점은 양자 얽힘(entanglement)을 이용하다보니 광속을 넘어서는 특성이 있어서 마치 순간 이동으로 오해 받는다는 점이 있다.
핵심은 얽힌 두 입자를 원거리로 이동시킨 후에, 또다른 입자의 양자 상태를 다른 그 얽힌 두 입자를 통해 다른 한쪽으로 전송한다는 이 말(결국 하나의 입자 양자 상태를 원거리의 다른 양자 상태로 이동하게 된다)인데, 이게 어렵다.
첫번째로 양자는 불확정성의 원리로 원래는 동일한 상태로 복제할 수가 없다. 관측 자체가 원본을 훼손 즉 상태를 바꾸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에서는 복제가 아니라 전송이다. 전송을 하면 원래 입자의 양자 상태가 다른 입자로 전송된다. 즉 원래 입자는 더이상 과거의 그 입자가 아니게 된다. 말 그대로 기존의 것을 보존하지 않는 '전송'이다(원본이 사라지는 전송이다)
두번째로 이 전송이 광속을 초과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실제 정보의 이동인 것은 아니다. 정보로서의 이동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몇가지 한쪽에서 측정한 정보가 원거리로 전송(?)되어야 한다. 이 전송은 광속을 초과할 수 없어서 결국은 광속을 넘은 정보 전달은 불가능하다.
즉 이 실험의 의의는 원래 복제가 되지 않은 양자를, 전송이라는 형태로 원거리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크다.
이 기술은 따라서 사실은 사물을 원격으로 전송하는 스타트렉의 응용과는 거리가 좀 있다. 아마도 양자 컴퓨터에서 필요시 양자를 전송하여 계산 능력을 개선하는데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나 조심해야 할 것은 이 기술이 마치 광속을 넘어서는 정보 전송을 위한 방법처럼 해석되는 것이다.
실험 내용은 장거리 상에서의 상기 양자 원격 전송을 성공했다는 의미인데, 기사 내용은 온통 매우 빠른 정보 전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톤 차일링거 교수까지 인용했지만, 광케이블을 사용하지 않고 위성으로 성공한 부분이 기존과 다르기는 하나, 그것이 광속을 넘어선 정보 전달에 사용된다는 의미는 아니겠다. 양자 전송의 가장 기이한 점은 양자 상태가 털끝하나 변형없이 그대로 원거리의 양자로 전송된다(손실없이)는 점이다.
양자 정보 통신 기술 중에 상용화 수준에 더 가깝고, 이론적으로 잘 정리된 부분이 이 양자 암호 통신이다. 양자 컴퓨터 처럼 아직도 멀었다고 평가되지는 않으면서도 당장에도 쓸모가 있어 보이는 것이고, 실험실에서는 물론 성공했고, 실제 산업에 사용될만큼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무성하다.
이 양자 암호 통신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알고리즘이 바로 BB84 (Bennett & Brassard가 84년도에 고안, IBM, 처음에는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화폐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이다.
양자 암호 통신에 관한 가장 양질의 설명은 앞서 추천한 책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의 "양자 암호의 세계" 편이다 (이해웅 교수님, p.298~p.318). BB84는 통신을 하는 두 주체가 광자의 편광을 가지고 전송과 측정 및 확인을 하면서 이론적으로 안전한 통신을 하게 해준다.
벨 부등식에 대한 실험에 익숙하면 좀더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의 p.315 페이지의 요약을 그대로 발췌해보자. 느낌만 알아보자
1) 키 전송 : 앨리스(Alice)가 H,V,D,A 네 상태에서 무작위로 선택해서 단일 광자를 보냅니다
2) 키 측정 : 밥(Bob)이 앨리스가 보낸 광자들을 받아서 측정을 하는데, 투과축을 H나 D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합니다
3) 기저 알림 : 각 광자들에 대해서 측정 기저가 맞는지를 앨리스와 밥이 서로 확인해서 맞는 광자들만의 숫자를 보관합니다. 즉 앨리스는 H,V의 기저인지 또는 D,A의 기저인지를 알리고, 밥은 자신이 올바른 기저에서 측정한 광자들이 어떤 광자들인지를 알립니다. 앨리스와 밥은 앨리스가 보낸 기저와 밥치 측정시 사용한 기저가 같은 광자들(대략 전체 광자의 반 정도)만을 보관합니다.
4) 도청 테스트 : 측정 기저가 맞는 광자 중에서 무작위로 선택해서 편광 상태가 맞는지를 앨리스와 밥이 서로 검사합니다. 다 맞으면 도청이 안된 것이지만 그것은 이상적일 떄이고 오차 비율이 실험이 허용하는 정도보다 작으면 도청이 없다고 판단하고 다음 과정으로 갑니다. 도청 테스트를 통과하면 앨리스에게 밥으로 키가 안전하게 전달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5) 정보 조정과 비밀 증폭: 마지막으로 거치는 과정인데 실험 오차를 보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도청 테스트에서 사용된 광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광자들에 정보 보정과 비밀 증폭을 수행해 최종적으로 사용할 키를 만듭니다.
이 BB84 알고리즘은 양자가 관측되면 확정되고, 다시 측정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상을 역 이용했다고 보면 된다. 양자는 원본을 유지한체 복사할 수가 없다는게 가장 직관적인 설명이다. 이 복사를 통한 달라짐이 잘 검출되도록 적절한 프로세스를 만들어 통신하면, 이론적으로 도청여부를 늘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안전한 통신 방법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방법과 현재 공인인증서의 핵심 체계인 RSA 암호 체계(공개키 암호화 방식)를 비교해보면, 매력은 곧바로 드러난다. RSA는 큰 수의 소인수 분해가 장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공개키를 가지고 비밀키를 알아내기 어렵게 되어 있는데, 사실은 이 암호화 방식은 시간이 한참 지나면 결국 풀린다. 이를테면 공개키/비밀키를 통한 통화 내용을 기록해 놓고 미래에 엄청난 컴퓨터로 그 내용을 분석해보면 뚫릴 수 있다. 즉 언제고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나타나면 뚫리는 형태이다.
그런데 양자 암호 통신은 그런게 없다. 이 말도 안되는 기이한 양자 역학적 현상을 이용해(관측시 파동 함수 붕괴) 완전히 안전함을 보증할 수 있다(정확히는 도청했을때 감지가 가능하다. 그 결과를 버리면 된다). 공개키/비밀키는 사실은 도청때문에 생겨난 녀석인데, 도청이 없으면 기존의 대칭키(키를 가지고 암호화 복호화 하면 된다)만 가지고 간단히 암호화하면 끝이된다.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도청걱정없는 완전히 안전한 통신 방법이라니! 그것도 암호화키를 잠깐 주고받을때만 도청을 피하면 된다. 2차대전때 에니그마 암호 해석이 독일의 패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군대를 비롯해서, 이 세상 모든 범죄자와 기관들도 갖고 싶어하는 암호화 방법일 테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RSA의 근간이 되는 큰 수의 소인수 분해에 대해 양자 컴퓨터로 상당히 빠른 시간안에 가능하다는 쇼어의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RSA는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 된다면(아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곧바로 뚫리게 되고, 양자 난수와 양자 암호화 통신으로 통신하면 안전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게 된다.
현실적으로는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 시기는 많은 이들이 빨라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그것이 십수년안에 가능할지는 논쟁 중이고, 아직 RSA 암호화 알고리즘을 격파할 엄청난 컴퓨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이 양자 암호화 통신의 기술 가성비는 떨어진다. 왜냐하면 이 양자 암호 통신은 단일 광자를 다뤄야 하는 힘든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꽤 많이 풀어나갔다고 알려져 있더라도)
참고로 RSA든 양자 암호화 통신이든 대부분 암호화 키 정도를 주고 받지 전체 통신을 이것으로 암호화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양자암호화 통신은 QKD(양자 키 분배)라고도 불린다.
그러면 시장에서는 어떨까? SKT는 양자 관련 기술에 오래전부터 투자를 해오고 있는데 아래 관련 뉴스이다.
(아래 기사 소개는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이고 회사에 대한 이해 관계는 없다. 국내 회사가 미래 기술에 관심갖는 것은 개인적으로 대환영이며, 기사로는 상황을 간접 예측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긴 한다.)
기사를 보면 양자암호 관련한 장비를 실제 아직 외부 판매하고 있지는 않고, 내부적으로 특정 구간에 해당 장비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자 암호 통신에서는 단일 광자를 통한 안정적인 송출 및 검출이 필수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검증이 진행되어야 할것으로 보인다(이 난감한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공인 기관의 누군가가 해야하는 문제가 있겠지만). 이 단일 광자를 처리하는 기술이 안정화되고 가성비까지 확보된다면, 일단 광으로 통신하는 구간에서는 양자 암호 통신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다만 무선 영역(위성으로 뭔가 시도는 하고 있는것 같지만 여하튼)이나 가정에서(장비 구매 이슈) 등은 아직은 좀 난감하겠다. 상용화는 기관과 기관끼리 광통신망 상에서 우선 진행된다고 보는게 합리적이겠다.
또한 양자컴퓨터의 기존 RSA 비대칭 암호화에 대한 방어로 양자내성암호라는 방법론도 존재한다. 양자암호통신이 하드웨어 상으로 구현하기가 현대 기술로는 매우 난해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싼가격으로 기존 암호화를 변형하여 다시한번 당분간은 풀 수 없게 만드는 기술이 더 검증하기도 쉽고(오히려 해당 이론과 코딩으로 잘 구현되었는지만 검증하면 되니까, 양자암호 통신 장비의 보편적인 검증법을 알아내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 경제적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양자 컴퓨터 등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책을 한권 추천해야되겠다. 그리고 오늘은 난수 발생기를 보자.
이 책에는 제일 마지막 편에 이해웅 교수님의 양자 정보 기술에 대한 일반인 강의가 나오는데, 국내에 연관 설명 중에 가장 쉬웠던 것 같다. 관련해서 조금더 상세히 공부해보겠다고 하시면 주저없이 처음 시작할 책으로 추천한다. 이곳의 많은 설명이 여기의 설명과 일치할것이라고 생각한다(영향을 많이 받았으니)
자 다시 난수로 돌아가보자. 난수(random)에 대해서 고민해봤다면 상당히 깊은 수준의 구현을 한 분들이겠다. 난수에 대한 폰 노이만의 글을 소개하면 "임의의 숫자들을 낳는 산술적 방법을 고찰하는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당연히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다. 즉 사람이 만드는 난수는 모두 유사 난수(pseudo random number)이다. 애초에 순수한 랜덤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방식을 알고 똑같은 조건만 갖추면 유추가 가능해버린다.
또한 완벽한 난수는, 무한히 많이 반복하면 이 세상의 모든 패턴이 고른 확률로 나와야 한다. 기억하는 설명 중 하나는, 알파벳을 나열하는 완벽한 난수는 결국 '무한히' 반복하는 와중에 셰익스피어 소설도 나와야한다. 절대 나오지 않으면 완벽한 난수가 아니다.
그러면 왜 양자와 난수가 연관되어 있을까?
정답은 그냥 양자를 측정하면 그 자체가 난수 생성과 같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자연을 해킹해서 얻은 순수 난수이겠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관측되서 나올 값이 예측 가능하다면 애초부터 코펜하겐 학파의 이론들은 무너져 내린다. 그냥 쉽게 생각해보면 광자 생성한 후 측정해보면 된다(광자에서는 편광을 이용하면 된다.). 하나씩 측정하지 않고 무더기로 측정해도 평균을 내면 될테니 결 잃음을 우려할만큼 어렵지 않아 보인다. 큰 자리수의 난수가 필요하면 반복해서 측정하거나 여러 개를 한꺼번에 측정하면 된다.
작은 칩 형태까지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것을 보면 여러가지 조건을 잘 튜닝해서 편중되지 않게 하기는 쉽지 않으나 일정 수준 상용화에 큰 무리가 있는것 같지는 않다(양자 컴퓨터와 비교해보면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성능좋은 유사난수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는 어렵지 않나 예측해본다. 현실적으로 유사 난수라고 해도 해킹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방법을 완전히 안다고 해도 같은 조건을 만들기 어렵다. 상대방 서버를 해킹해야 같은 조건을 만들 수 있는데 그게 사실 어렵다. 밀리세컨드 이하의 시간을 seed로 삼으면 대체 어떻게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아마 당분간은 이 양자난수의 효용성은 성능좋은 유사난수를 가격대비 성능에서 앞지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하튼 간에 그래도 폰 노이만의 고민 하나는 해결한 셈이다. 혹은 향후 다뤄볼 양자 암호 통신에서 같이 결합해 쓰면 더 이론적으로 완벽하겠다. 그야말로 이론적으로 해킹할 수 없는 체계가 탄생한다. (참고로 지금의 공인인증서 등 RSA 암호 체계는 컴퓨팅 파워가 충분히 크면 뚫린다)
앞서 중첩이란 것이 입자가 관측되면, 기존의 확률로 설명되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로 확정되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를 파동함수의 붕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것을 인정하게 되면 또하나의 재미있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두개의 입자를, 관측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서로 연관되게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특정 입자가 붕괴하면 양전자와 전자로 나뉘는데 이 둘은 각각 반대의 스핀을 갖게 된다(전자의 스핀이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두 방향만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적인 속성을 지닌다. 즉, 관측 전에는 확정되지 않는다. 관측되기 전이기는 한데 둘이 반대라는 것은 확실하다. 왜 반대여야만 하느냐? 각 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해두자.) 그러면 이렇게 얽힌 양전자와 전자를 각기 우주의 반대편으로 보내자. 생각하기 좋게 설명하자면, 딱 쪼개져서 양쪽으로 날아갔다고 치자.
이 두 입자는 생겨난 이후 관측된 적이 없기 때문에 확률로만 정의되는 녀석들이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서 우주 반대편에 닿았다고 치자. 이제 A를 관측해보자. 그러면 관측했으니 스핀이 결정된다. 엇 그런데 그 반대편에 있는 입자 B는 아직 측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은 한쪽을 측정했으므로 그 스핀의 방향을 알게된 것이고 자동적으로 그 반대편 입자 B의 스핀(A와 반대방향)도 알게된다. 즉 한쪽 A에 대한 측정이 다른 반대편 B를 확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했던 이중슬릿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광자 두개가 얽힌 상태에서 역시 우주의 반대편으로 보낸 후 각기 이중슬릿 실험을 한다고 치자. 그러면 우주 한쪽에서 A광자를 측정하기 위해 관측장치를 달아서 켜면 우주 다른 쪽에서의 광자가 갑자기 같이 확정된다. A광자쪽 관측장치를 끄면 다시 B광자쪽는 확률로만 존재하게 된다. B광자 쪽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것은 무언가 광속을 넘어 두 입자가 통신을 하는 것처럼, 즉시 한쪽의 관측이 나머지 한쪽을 확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적은 1935년에 EPR 패러독스(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버그 3사람이 쓴 논문이라 각각 이름을 따서 EPR이라고 한다)의 비유이다. 이것은 사실은 관측이 실재를 확정한다는 코펜하겐 해석을 반박하기 위한 지적이었고, 아인슈타인은 이를 원격 유령 행동(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말도 안된다는 이야기이지 않는가. 더욱이 이것은 본인이 확립한 일반상대론의 세계, 즉 광속불변의 법칙으로 모든 시공간이 광속의 제약을 받는 세상에서, 광속을 넘어서는 것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으로서는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다. 내가 많이 기여해서 낳은 양자역학인데 상대론과 모순되는 것들이 등장하게 된 셈이다.
지금이야 여러가지 실험이 진행되었지만, 당시에는 이런 일련의 것들이 여건상 실험적으로 증명되기 어려웠다. 거의 모두 머리 속으로 하는 사고 실험으로 진행된 정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최근의 실험에서는 위 지적이 모두 코펜하겐 학파/양자역학에서의 승리로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이 조롱하면서 예측한 것들이 실제로 그렇게 재현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에 국내 신문기사를 통해 광속을 넘어서는 정보 전달이 확인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바로 위 확인에 대한 실험 소개이다. 정말로 광속을 넘어 두 얽힌 입자는 한쪽이 관측되면 확정된다.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이것이 그렇다고 정보를 광속을 넘어 전달하는 것과는 다르다. 실제로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해서 몇가지 응용이 가능한데, 양자를 순간 이동하는게 가능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양자가 순간이동을 해도 정보를 광속을 넘어 전달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는 정보를 전달하려면 광속의 제한을 받는 통신이 한번 더 이루어져야 한다(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해두자)
여기까지 읽고,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우주는 엉망진창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하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저 얽힘에 대한 사고 실험은 가히 그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주 반대쪽에서 확정된다니 이건 또 무엇인가.
이 타이밍에서, 벨 부등식을 소개해보자. 벨 부등식은 매우 어려우나 간단히 설명된 문헌을 소개해본다.
앞뒤에 각각 -1, 1의 쌍을 적어놓은 종이를 반대로 찢어서 멀리가져가 관측할때의 상황을 빗대는 이 실험에서는 이렇게 종이가 미리 적혀져서 이동되었는지 아니면 내가 관측할때 즉시 확정되는지의 차이에 따른 통계적인 수치 차이를 증명해낸다. 그렇다. 안에 법칙이 숨겨져있는지 그런것 없이 즉시 한쪽이 결정되면 다른 쪽이 결정되는지를 실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본을 제공한다.
즉, 존 스튜어트 벨이 만든 벨 부등식(1962년)은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지 않고 양자에 어떤 숨은 인과의 이론(locality)이 존재한다면 통계적으로 지켜져야할 부등식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 자연 법칙이 뭐든지 상관없다. 양자역학의 세계가 코펜하겐 해석이 아니라 우리가 뭔가 현재는 모를 어떤 상식적인 숨겨진 법칙이 있다면 통계적으로 만족해야할 부등식을 만들어 낸 셈이다.
결과는?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알랑 아스페 연구팀이 편광된 광자로 벨의 부등식이 만족되지 않음을 보였다(1982년). 정말로 자연은 코펜하겐 학파의 해석대로 움직여왔고 지금도 그러한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얽힌 상태의 두 입자의 확정이 광속을 넘어서는 것도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이것들이 지금의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이루어졌다. 아인슈타인은 불행히도 벨 부등식도 몰랐고 이것들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도 몰랐다. 우리가 몹시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반복된 실험에도 이 증명들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한다. 결국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것 같은 상황은, 자연의 상상력을 인간이 뛰어넘지 못했을 뿐인 셈이다.
양자 전송에 대한 이야기인데 다양한 이야기들이 섞여있다. 이제 좀 기사 읽기가 편해지신 분이 있다면 좋겠다.
아래 기사는 어떤가? 얽힌 두 입자에 대한 관측을 양자통신이라고 설명한 것은 좀 아쉽다. 마치 빠른 통신이 가능한것처럼 설명했으나 사실은 이건 아직은 통신이라고 볼 수 없다. 뜬금없이 양자암호 통신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렇다. 양자암호 통신과 얽힘은 현재로서는 큰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자 이제부터 빛을 가지고 풀어보는 양자와 연관된 개념들을 파헤쳐보자. 중첩(super position)의 개념이다.
양자 역학의 다양한 이론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실험의 결과와 이에 대한 해석을 계속 내 의견과 같이 섞어가며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피상적이지 않기 위해서), 이 실험의 결과의 가장 중요한 대상이 바로 이중슬릿 실험이다.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은 빛이 입자로 여겨지던 상황에서 파동으로 확정되는(당시 기준으로)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는데, 아래 그림이 가장 간단한 설명이다.
https://curiosity.com/topics/the-double-slit-experiment-cracked-reality-wide-open-curiosity/ 에서 발췌
왼쪽에서 빛을 쏴서 얇은 두 틈(double slit)을 지나게 하면, 물의 파동과 같이 스크린에 저런 회절무늬가 나타난다. 물결을 자세히 관찰해본사람이라면 저렇게 되겠구나 싶을 것이다.
그런데 빛이 입자라면 어떨까? 아래의 그림에서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두 줄이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직진하는 입자이기 때문이다. 곧장 얇은 틈으로 날아가서 분명하게 두개의 영역에만 표시된다. 뭔가 슬릿에 반사되는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으나 그 모양도 물결무늬와는 거리가 있다. 그저 두개의 밝은 영역과 나머지 어두운 영역이 되어야만 한다.
http://www.liquidgravity.nz/DoubleSlitExperiment.html 에서 발췌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왜 저런 토마스 영의 실험결과를 알면서도 왜 광자가 입자라고 주장했을까? 아인슈타인은 사실은 맥스웰이 발견한 광전효과라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명확히 정리했는데, 금속에 빛을 쪼였을때 당시의 플랑크의 양자가설을 적용하여 실험결과와 같은 계산값을 내는 이론을 만들었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에 계산에 따르면 빛은 띄엄띄엄한 값을 지니는 입자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 가설은 실험결과와 정확히 일치했다.
빛이 입자라는 관점에서 위의 이중슬릿 실험을 다시 검토해보자. 이런 의심이 있을 수 있다. 혹시 빛이 여러 입자 다발이라서 저런 현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 슬릿 벽에 반사도 되면서? 이에 어떤 과학자는 광자를 거의 하나 정도가 되는 정도로 매우 약하게 쏴 보았다(하나씩 하나씩 며칠을 노출시켜서 관찰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회절무늬가 나타나는데, 이건 뭔가 이상하다. 아니 분명히 입자를 한개씩 쐈는데 왜 물결처럼 보이지?
하나의 입자를 쏘면 뒤에 각 슬릿의 뒤에 두줄만(각각 슬릿을 통과한) 나타나야 정상이 아닌가? 왜 이것이 마치 온 도처에 존재하듯이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파동 계산에 의하여 그 회절 무늬는 정확히 예측이 가능하다. 양자역학의 상황이다) 왜 입자가 파동처럼 보이는 것일까?
그런데,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렇듯 영의 이중슬릿 실험에서도 앞서 소개했던 입자처럼 보이는, 그냥 두 줄로 보이게 할 수 있다는 방법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광자를 쏘면서, 과연 실제로 어느 슬릿을 통과하는지 검출하기 위한 센서를 슬릿에 설치하면, 놀랍게도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이것을 설명한 것이 사실은 위 그림의 오른쪽 사진이다. 그렇다. 심지어 저 센서를 슬릿 중 한군데만 설치해도 마찬가지다. 누가 관측하면(?이라는 표현은 나중에 좀 다듬어 보자) 빛은 갑자기 파동의 성질에서 입자의 성질로 바뀐다. 이게 빛이 입자와 파동을 왔다갔다 하는 이유다. 관측 당하지 않은 광자만 파동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양자 역학의 핵심인 중첩에 대한 이야기다. 관측 당하기 전에는 여러가지 상태를 동시에 갖고 있는 파동의 모습이 된다.
왜 대체 결국에는(관측될때는) 입자이면서 관측하지 않을때는 파동의 성질을 지니는 것일까? 정확히는 왜 파동방정식에 의해서 기술될 수 있을까? 그리고 관측되면 또 일상적인 입자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여하튼 여러가지 노력끝에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방정식은 다 나온상태에서, 모두들 일단 실험결과와 들어 맞는 수식은 어떻게든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이 해석을 놓고 그 유명한 솔베이 회의(5차)에서 코펜하겐 학파와 아인슈타인(그 당시 이미 어마어마한 거장이 되어 기념사진 한가운데 앉을 정도의 위치에 있었던)이 논쟁을 벌인다. 너무나 많은 물리학 책에서 인용되는 그 거물들의 세미나 기념 사진의 그 현장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가득한 그 사진.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논쟁 끝에 보어학파가 전반적으로 다수에게 인정받는다고 한다. 어떤 책에 의하면 이미 거의 인정 받았는데 이외로 아인슈타인외 몇몇 거장들이 반발했던 모양새이다. 그러나 그러한 반발도 분위기를 역전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여하튼 이들의 해석 중 여기서 다룰 중요한 내용이 아래이다.
그렇다 양자는 쳐다보기 전에는 이 세상에 확률적으로 존재한다. 여기는 이만큼 큰 확률로 저기에는 좀 작은 확률로 전체에 존재한다. 아직 쳐다보기 전까지는 확정되지는 않을 것이고, 구름처럼 존재할 확률(?)만 가지다가 쳐다보면 갑자기 그 확률에 따라 존재가 나타난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조금더 자세히 설명하면 무려 빛의 속도를 넘어 '순간적'으로 확정된다. 우주 전체에 걸쳐 존재할 확률을 가지고 있다가(물론 막힌 터널을 통과하는 형세라면 그 경로에 관측될 확률이 크겠지만) 관측 그 순간에 특정 지점에 나타난다.(이것을 확률함수 붕괴라고도 표현한다.)
이중 슬릿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관측하지 않을때는 광자의 존재는 확률로서만 나타내진다. 이것이 바로 파동처럼 행동하는 근본 원인이다. 단 하나의 광자라도, 확률로만 존재하다가 뒤 벽에 나타날때 비로소 그 확률에 따라 확정되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입자인 광자가 회절무늬를 내는 이유다. 분명히 구별되어야 하는 것은 실제 존재하는데 우리가 잘 모르다가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확률로만 존재하다가 실제 관측하면 비로소 실존한다.
그런데 이런 슬릿에 측정장치를 달면, 벌써부터 확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미 정해진 입자로서 행동하게 된다. 빛은 원자에서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낮아지면서 방출되는데, 이 녀석은 측정되기 전까지 확률로만 존재하다 측정되는 순간 실제 확정되어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 측정되어 버리도록 이중슬릿에서 지나갈때 관측을 하게 되면, 모두 입자로 측정되면서 더이상 벽에는 회절무늬를 보이지 않게 된다.
이렇게 측정되기 전에 입자가 확률로 존재하는 상태를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향후에 양자컴퓨터를 설명할때 기본 개념이 된다.
파동방정식(저러한 해석을 모른체 만들어지고 실험으로 증명된)에 대한 이런 해석은 막스 보른이 최초였다고 전해지는데, 이런 설명을 앞서 밝힌 대로 아인슈타인이 위 솔베이 회의에서 극렬히 반대했다. 입자가 어떻게 확률로 존재하느냐에 대한 도전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더 보조 설명이 필요하다. 과학에서의 인과 관계에 대한 집착은 사실 꽤 유래가 있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는 큰 업적이 바로 뉴튼의 중력을 깔끔하게 설명한 것에 있다. 뉴튼이 처음 중력을 제안했을때 본인 스스로도 의심한 것은, 중력이라는 것이 원격으로 작용하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사실은 직관과 크게 위배된다. 연결되어 당긴 것도 아닌데, 원격으로 작용하는 힘이라니, 기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자석이 서로 원거리에서 끌어당기는게 어렸을때 신기한 기억은 누구나 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공간이 휜다고 설명함으로써, 이 원격의 힘을 그 메카니즘이 완전하도록 바꾸어놓았다. 원격의 이상한 힘 같은 것은 없다. 공간이 휘어지니 당연히 어느쪽으로인가 기울어지고 이것이 인력으로 보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이 또다시 과학을 이렇게 또 당혹스럽게 만들었으니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고 궁극의 답변도 아니라고 생각했을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인과성을 국소성(locality)이라고 해서 또다른, 무언가 매개를 통한 인과성으로 우주가 움직여야 서로 모순없이 작동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동료들과 이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반박을 내놓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것이 양자역학을 더 풍부하게 만들게 된다. 그리고 또 등장하는 개념은
바로 얽힘(entanglement)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얽힘이야기를 해보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이 주사위 놀위에 대해 반대했던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을 잠깐 짚고 넘어가보자. 가장 논란의 큰 축은 우리 사는 세상은 양자역학처럼 저렇게 확률로 존재하지 않고 그냥 실제하는데, 어디까지가 양자역학적 세계이고 어디까지가 우리가 사는 세계이냐는 물음이다.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그렇게 이상하다 치고, 우리가 사는 거시세계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즉 관측을 통해서 확정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냐는 이야기이다.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괴리 중간쯤이 있지 않을까?
양자의 상태에 따라 독을 퍼트리는 상자안에 고양이를 넣고 상자를 닿으면, 상자를 열기 전까지(관측하기 전까지)는 이 고양이는 산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런 상태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뚜껑을 열었을때 이미 죽어있거나 살아있는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역설의 해소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바로 안톤 차일링거 교수의 C60(퓰러렌) 을 통한 이중슬릿 실험이다. 이중 슬릿 실험을 광자가 아니라 C60이라는 큰 탄소 분자로 실험한 것이다. 어떻게? 매우 낮은 온도와 진공상태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온도가 올라갈수록, 진공을 잃을 수록 회절무늬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거시세계의 입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입자들과 상호작용하거나 복사열을 내뿜어 자기 위치를 들키기 때문에 확정되어 보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흔히 말하는 결잃음(decoherence)이다.
결국 위의 설명대로면, 관측이 되지 않는다라는 것은 우주의 어떤 것에 의해서도 들켜서는 안된다는 관념이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입자의 위치를 어느 다른 것이든 알게되면 그것이 관측이다.
내 상상속에서의 설명은, 우주라는 컴퓨터가 양자의 존재를 탐지해야하는 순간에는, 그 이전에 아무리 메타 정보(확률)를 가지고 처리되다가도 실제 좌표(확률 붕괴)정리를 하고 넘어가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컴퓨터 게임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은 계산(렌더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 뭐 그런 일종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다음의 얽힘에 대한 설명전에, 위의 확률붕괴와 또 거론되는 불확정성의 원리도 짚고 넘어가보자.
앞서 소개했지만 이 불확정성의 원리는 위치와 운동량이 동시에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하나가 더 확실해지면 하나가 더 불확실해진다. 이를 위의 이중슬릿실험을 좀 빌려와보자.
여기서는 슬릿을 하나만 남기고 대신에 이 슬릿의 간격을 계속 줄여가면서(특정 크기 이하라는 단서를 달아야 한다. 상당히 크면 우리 상식대로 작동한다) 실험하면 어떤 모양이 나타날까? 물론 회절 모양은 사라진 상태인데, 이번에는 얼마나 퍼져서 나오는가하는 문제이다. 어떨까?
일반 상식에는 슬릿이 모양이 좁으면 더 좁게 퍼져야 하고 슬릿의 모양이 넓으면 넓게 퍼져야 한다. 그런데 그 반대이다. 슬릿의 간격이 어느 크기 이하로 좁아지게 되면(빛의 파장과 관계가 있다) 뒤에 더 넓게 퍼지는 그림이 나타난다. 아래 두개의 분포를 보자. 슬릿 구멍을 지나 벽에 새겨진 밝음의 정도라고 생각해보자. 슬릿이 더 좁아질수록 주황색으로 나타난다.
왜 슬릿이 좁으면 상식과 다르게 주황색의 더 퍼진 모양으로 나타날까?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이다. 위치가 점점더 명확해지기 때문에 운동량이 불확실해진다. 그래서 더 넓게 튕겨나가는것처럼 보인다. 불확정성의 원리도 그냥 관측이 불가하다거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물리학적인 특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통과되는 공간이 좁아지면(위치가 더 확정되면 확정될수록) 그 다음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게 된다.
그리고 아래 양자역학에서 양자 컴퓨터로 이어기가 위한 주요 연표를 참조해보자. 개인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 연도가 조금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수시로 참고해보면 발표 순서를 알 수 있고 조금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연도(년)
사건
1900
빛의 입자 가능성 플랑크 이론 발표
1905
아인슈타인 광양자설 발표(초기에 인정 못받다가, 1921년 노벨상)
1913
보어의 원자모형
1920
아서 콤프턴의 광양자설 확인(27년 노벨상)
1922
보어 노벨상 수상
1925
하이젠베르크 행렬 방정식 발표, 만24세, 1932년 노벨상수상
1926
슈뢰딩거 파동방정식 발표
1927
솔베이 회의(5차), 보어학파/코펜하겐학파 확립
1932
폰노이만 양자역학 수학적 기초, 숨은변수 없다고 주장
1935
EPR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 논문발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1944
생명이란 무엇인가, 슈뢰딩거 책 출간
1947
윌리엄 쇼클리 벨연구소 트렌지스터 발명(56년 노벨상)
1952
데이비드 숨, 고적 역학적 양자론 - 광속넘는정보전달 인정하는 이론 , 망함
1964
*존 벨, EPR역설에 대한 벨 부등식 발표
1982
알랭 아스페가 벨 부등식 최초 실험 증명
1989
데이비드 도이치, 양자 컴퓨터 제안, 큐비트 개념
1994
피터 쇼어, 양자 소인수 분해 알고리즘
2001
IBM 7큐빗 양자 컴퓨터 실험
2011
D-Wave 128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 주장, (2017년까지 2048큐비트)
2012
산타바바라 캠퍼스 연구팀, 15=3*15 인수분해
2014
사이언스지, D-Wave 별로 안빠르다?
2015
네덜란드 연구팀, 벨부등식 최종 확정(이제 그만하자..보어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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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영역과 역사를 나열했으니 세부적으로 나아가보자. 사실 각 주제를 완전히 다루는 것은 매우 전문적이고 여기서는 개념이해에 더 초점을 두자.
첫번째 시작은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의 유명한 이야기이다.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이 천재 과학자는 양자 물리학이나 양자 컴퓨팅을 이야기하면 늘 등장하는 분이니, 아래 긴 영상을 보실 수는 없겠으나, 얼굴이나 목소리 라도 보고 들어보자.
다만, 이 긴 영상중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멘트는 이 비디오의 맨 뒷편 몇분인데, "자연이 인간의 상상력을 훨씬 넘어선다"는 말이 나온다. 너무나 인상깊었던 말인데,
처음에 이 양자역학 이해불가론(?)을 들었을때는 사실 양자역학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성이론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그보다 더 나간다.
그렇다. 그냥 어렵다기 보다는, 오히려 '기괴하기' 때문이다.
정말 이상하다. 소립자의 행동 패턴들은 흔히 회자되듯 우리의 상식과 맞지 않다. 어찌어찌 물리학자들이 우여곡절을 거쳐서 입자의 행동을 설명하는 완벽해보이는 이상한 방정식을 만들어냈는데, 이 방정식이 의미하는 바가 우리 상식과 너무 다르다. 이 방정식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사실 시행착오와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처음 고안해낸 학자들도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어찌어찌 계산이 맞는 이론을 만들긴 했는데, 좀더 정확한 다른 이론이 나오겠지.." (플랑크도 슈뢰딩거도, ..)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전자가 도는 궤도가 띄엄띄엄해서 그 중간없이 순간적이 이동한다던가, 입자가 관측되기 전에는 확률로서 여러곳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알 수 없는 말들이다. 이것들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의 세상에서는 이동할때 띄엄띄엄하지도 않고 존재하는 것은 그냥 어딘가 있을 뿐이지, 확률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쳐다보지 않을때는 구름처럼 있다가 쳐다보면 확정되는게 아니라, 쳐다보고 있지 않아도 실제로 무언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불평했다는 말대로 달은 보지 않아도 떠있다. 그러나 미시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상식에 맞지 않음' 때문에 양자역학은 코펜하겐 학파가 이미 2차 대전 이전에 그 이론을 정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의심받았고, 소수의 물리학자들에 의해서는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죽을때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유명한 반대론자이고, 파동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 마저도 많은 분들이 인지하고 있는 "고양이 역설"을 통해 그 설명에 대해 반박했다.
반면 코펜하겐 학파는 리처드 파인만이 그대로 계승한 견해다. 인간들이여, 너희들은 자연에 비해 상상력이 부족해.. 라는 입장이다. 부족한 관찰력을 가지고(거시세계만 간신히 눈으로 관찰하는) 만든 개념을 어디 미시세계의 자연에다가 들이미느냐! 이런 셈이다.
무엇이 그렇게 기괴할까?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또 다른 큰 공헌자-이후에 소개할-인 안톤 차일링거 교수와 김상욱 교수 등 수 많은 분들이 선택하신 방법) 바로 빛의 이중 슬릿 실험인데,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원자(Atom)를 먼저 짚고 넘어가보자. 이 실험이 원자와 같은 수준의 작은 입자인 광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의 주인공인 양자의 대표주자 중 하나다.
원자를 이야기하면 늘 많은 책들이 데모크리토스로 올라간다. 그 아무런 실험 결과도 없던 시절 본능적으로 데모크리토스는 더이상 쪼개지지 않은 작은 입자를 상정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한번 더 다루고 싶은 주제인데, 과연 세상의 물건은 더이상 쪼개질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할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주제다.
데모크리토스가 이야기한 원자는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입자이고, 양자역학이 이야기하는 양자는 그 말대로 띄엄띄엄한 성질을 지니는 원자, 양성자, 중성자, 전자, 광자 등 모두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후반부에 가면 거대한 분자도 특정 조건 하에서 양자적인 성질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자와 양자의 헷갈림은 사실은 어느정도 분자를 쪼개나가다가 이게 원자라고 이름붙였는데 계속 더 쪼개지다보니 물리학자들도 좀 꼬인 상태라고 볼 수있다. 여하튼 어느정도 크기 이하의 미시세계로 가면 특성은 비슷해서 원자냐 아니냐 논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어진다. 대략 자연계에서, 더이상 쪼개져 존재하기 어려운 가장 작은 입자라고 보면 된다. 쿼크도 있는것 아닌가요? 맞다 그렇게 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은 입자가속기 충돌 실험할 때나 간신히 관측되므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교양 책에 실험적인 증거로서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논하는 양자라는 것은 일반 평범한 실험실에서도 그나마 다룰 수 있는 전자나 양성자, 광자 같은 것들이라고 보면 실험결과도 많고 논하기도 쉽다. 이것들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양자역학 특성을 지니겠다.
쪼개지지 않는 "원자"라..
가만히 보면 사람이란 도대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하는게 쉽지 않다. 보인다는 것은 인류에게는 이해의 큰 첫걸음이어서,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온전히 이성으로만 상상해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나가면서 이해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상상과 실제를 계속 확인해나가는 방식이다.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음의 최전선에 있어서, 오히려 보는것 자체가 그것을 변형해버리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보려면 광자가 부딪혀서 내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면 이미 한번 밀어낸 녀석이 보인다. 더 어디있는지 알아내려면 더 예리하고 강한 빛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면 더욱더 원래 그녀석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이 입자들은 우리가 관측을 통해서 있는 순수 그대로 인지할 수가 없다. 위치를 어떻게 측정한다고 쳐도 운동량은 불확정하게 변해버린다. 그저 간접 유추할 뿐이다.
결국은 젊은 하이젠베르크가 원자에 대한 행렬역학을 만든 것도 이런 아이디어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원래부터 존재하는 무엇인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관측되어 나타는 무엇인가이다. 흡수되거나 방출된 빛의 강도와 진동수에 의한 기술이다. 어 이런 것들이 그러면 사실 뭔가가 실제 존재하는데 관측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되는것 아닌가요? 라고 여기서 물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저러한 성질들은 아예 양자가 가진 속성 그 자체가 된다.
이런 것들을 실례로 설명하기 위한 이중슬릿 실험을 소개하기 전에, 조금더 다른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자.
예를들어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물리학을 다시 정립하려면 무엇을 해야할까 질문 한다면 나는 빛을 연구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빛은 모든 기괴함의 정점에 있는 녀석 중의 하나이면서도 어떤 구성만 잘하면 눈에도 바로바로 관측 가능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아마추어 연구자였던 토마스 영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가 바로 이 이중슬릿 실험의 시작이다.
처음에 뉴턴은 이 빛을 입자로 소개했다. 뉴턴의 주장 이후에도, 당연히 우리가 어렸을적 배운대로 파동(물결 같은 존재, 호이겐스)이라고 다시 주장되었는데, 뉴턴의 과학계에서의 입지가 워낙 강해서 한동안 빛은 입자로 믿어졌다고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영국의 의사/물리학자인 토마스 영의 이중슬릿 실험에 의해서 그 파동성이 실증되게 되었다(1802년).
이후 빛은 근 100년간 파동이라도 믿어지면서 파동이라면 응당 필수인(우리가 흔히 아는 파도는 물이 있어서 가능하듯이) 매질을 찾다보니 '에테르'가 필요하던가 등의 논쟁을 하다가 결국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면서 다시 입자설(광양자설)이 부활되었다.
내가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등학교 물리책에 빛의 이중성이라고 해놓고, 빛을 입자라고 생각하고 실험하면 입자이고, 파동이라고 생각하고 실험하면 파동이라고 한다 라고 했던 것인데(보어의 상보성에 대한 설명). 그때도 납득이 되지 않았으나 지금 생각해도 그 설명이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빛은 그때까지의 고전 물리학 지식으로 단순 설명할 수 없는 대상으로(양자역학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험의 성격에 따라 다른 관측치를 보여준 것이다. 기존 이론으로만 빛을 해석하려 했기 때문에 입자와 파동 두가지 성격이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입자도 파동도 아닌, 양자 였던 것이다.
빛에 대한 관측에서 나타난 이중성은 그저 당시 고전 역학이 바라본 세상의 모순이며 혼란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시금 이를 정확히 하는 논의를 위해 다음 편에서는 이중슬릿 실험으로 광자라는 녀석을 계속 설명해보자.